세계 시장에서 인텔 서버가 유닉스 서버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등장했음에도 우리나라 서버 시장은 유닉스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국내 서버 시장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호주 등 아시아 주요 국가는 이미 지난해 윈도 기반의 인텔 서버 판매량이 유닉스 서버 규모를 추월하며 서버 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음에도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유닉스 서버가 인텔 서버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있어 그 배경도 주목거리다.
최근 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세계 서버 시장에서 인텔 서버의 판매액은 유닉스 서버 판매액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06억달러를 기록한 지난 4∼6월중 세계 서버시장에서 인텔 서버 판매액은 44억6000만달러로, 부동의 1위자리를 고수해온 유닉스 서버 판매액 43억3000만달러보다 1억3000만달러 더 많았다.
아시아시장에서도 인텔 서버의 약진이 감지되고 있다. 인텔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인텔 서버 판매액은 8억8700만 달러를 차지, 8억3200만달러로 조사된 유닉스 서버 시장을 근소한 차로 눌렀다. 호주 역시 지난해 인텔 서버 시장규모는 4억1300만달러로 2억7900만 달러 규모인 유닉스 서버 시장의 2배에 달했다.
우리 나라 서버 시장은 이같은 흐름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유닉스 서버 시장 규모는 8억1500만달러로 중국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형성했다. 하지만 인텔 서버 시장 규모는 유닉스 서버 시장의 3분의 1 수준인 3억7600만달러에 그쳤다.
그렇다면 국내 서버 시장은 왜 세계 시장 흐름과 달리 유닉스가 여전히 초강세를 유지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용 핵심 애플리케이션 도입에 있어 한국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앞서는 ‘신기술 흡입력’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김진홍 한국IDC 연구원은 “ERP나 CRM, DW 등의 도입이 아·태지역 다른 국가와 비교해 시기적으로 앞서 시작됐다”며 “기업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의 도입은 중형급 이상의 유닉스 서버 수요로 이어져 한국을 유닉스 왕국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원은 아·태 지역내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메인프레임 사용률이 가장 높고, 인텔 서버에서도 4∼8웨이 등 중형 이상 시스템의 사용률이 타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들어 ‘크고 비싼’ 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IT 시장 분위기가 분명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경기 요인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0년을 전후로 한 닷컴 붐 시기에 기업들이 유닉스 소형 서버나 인텔 서버를 함께 도입했다가 경기가 침체하자 유닉스 서버는 3년 주기에 맞게 교체를 하고 있는데 반해 인텔 서버는 상대적으로 교체 주기가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 진영에서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다국적 IT 기업들의 마케팅에 이끌려 필요 이상의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꼬집는다. 국내 기업의 IT 인프라가 고비용 구조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국내 시장에서 인텔 서버가 유닉스 서버와 비슷한 시장 규모를 형성하는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09년 이후가 될 것으로 시장 조사 기관들은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년간 유닉스 사업을 병행해야하는 한국HP가 사업 무게 중심을 아이테니엄으로 옮겨가는 전략이 본격 펼쳐진 이후에나 국내 시장에서 인텔 서버 영향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크고 비싼 중형급 서버 선호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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