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터넷 허브국가를 꿈꾸는 한국의 IT수준은 세계 최고이다. 한국을 인터넷 국가라고 인식할 만큼 IT 위상은 높다. 한국의 IT를 배우려고 해외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임에 틀림없다.
위상은 언제나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책무는 커진다. IT환경이 열악한 후진국에게 IT선진국으로서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단지 구호의 개념이 아니라 같은 지구촌을 사는 동시대 사람으로서 정보화의 그늘에서 함께 벗어나는데 그 뜻이 있다.
또 머지 않은 미래 우리가 개척해야할 시장이기도 하다. 정보화는 교육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반 환경이 탄탄해야 한다. 어쩌면 한국이 투자한 것 이상으로 정보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나라도 있다. 따라서 지금의 봉사가 머지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시장선점의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투자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아시아의 카자흐스탄·캄보디아·네팔 등 정보화후진국 현장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이 현장 르뽀는 본지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공동기획한 ‘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의 일환이다.
세계 인터넷 허브국가를 꿈꾸는 한국의 IT수준은 세계 최고다. 한국을 인터넷 국가라고 인식할 만큼 우리나라의 IT 위상은 높다. 한국의 IT를 배우려고 해외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임에 틀림없다. 위상은 언제나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책무는 커진다. IT환경이 열악한 후진국에게 IT선진국으로서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단지 구호의 개념이 아니라 같은 지구촌을 사는 동시대 사람으로서 정보화의 그늘에서 함께 벗어나는데 그 뜻이 있다. 또 머지 않은 미래 우리가 개척해야할 시장이기도 하다. 정보화는 교육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기반 환경이 탄탄해야 한다. 어쩌면 한국이 투자한 것 이상으로 정보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나라도 있다. 따라서 지금의 봉사가 머지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시장선점의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창간에 즈음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공동기획한 ‘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 시리즈 중 해외편을 요약해 게재한다.
△취재팀
팀장 이경우 차장
모리셔스=이진호 기자
카자흐스탄=정소영 기자
캄보디아=김원배 기자
네팔=한세희 기자
▲모리셔스
‘우공이산(愚公移山)’
정보화 불모지 아프리카에 내디딘 ‘2003 인터넷 청년봉사단’의 발걸음이 IT코리아의 위상을 한계단 높은 곳으로 올려놓았다. 88올림픽 개최국, 월드컵 4강국이란 설명으로도 좀체 떠오르지 않던 ‘코리아’가 봉사단의 얼굴과 활동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새겨진 때문이다.
자연히 현지에 진출해 ‘뿌리 내리기’에 한창인 한국 IT기업들에게도 현지인 저변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이미지 상승효과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케냐, 가봉,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각국으로 퍼져 전개됐던 봉사단 활동을 위해 봉사단원들이 거의 빠지지 않고 거쳐갔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아프리카속의 유럽도시라는 명성답게 깔끔하게 정돈된 도시 모습이 여느 선진국의 국제 도시가 부럽지 않다.
아프리카의 ‘사통팔달’인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컬러 단말기와 PDP TV 등의 대형 광고판과 실물 제품이 당당히 내걸려 아프리카 전역으로 오가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신 이동전화 단말기는 깔끔한 외양과 디자인, 기능 등으로 인해 비교적 고가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에게 노키아 단말기보다 더 호평을 끄는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실제 요하네스버그 공항 쇼핑몰 한복판에는 삼성전자의 단말기를 매장의 간판 품목으로 내건 단말기 판매점이 성업중이었다.
삼성전자는 유럽이동전화(GSM) 방식을 쓰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올해말까지 400만대의 이동전화 단말기를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200만대 수출에서 배 이상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수출물량 대부분이 돌아갔던 중동에 비해 아프리카지역은 단말기 수출이 다소 부진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지역 마케팅에 더욱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취재중 만난 한 봉사단원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집에서 쓰는 한국산 TV와 냉장고에 대한 칭찬부터 쏟아놓는 경우도 있었다”며 “봉사활동은 한국과 우리기업을 은연중에 알리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고 털어놓았다.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떠있는 섬국가 모리셔스에도 LG전자의 마케팅 공세가 뜨겁게 불고 있다. 섬 중앙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변엔 LG전자의 모니터를 소개하는 대형 광고판이 우뚝서 주변의 사탕수수밭과 대조적으로 현대적 면모를 뽐내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아프리카지역 가전시장 공략에 팔을 걷고 나선 상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이집트 등 3개 판매법인을 거점으로 에어컨, 세탁기, TV, 디지털 디스플레이, 이동전화 단말기 등 거의 모든 생산품목을 현지시장에 수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알제리, 앙골라, 가나 등에선 이미 에어컨시장 1위를 차지했는가하면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TV가 선풍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최근엔 PDP, LCD 모니터, 단말기 등 소위 부가가치 높은 차세대 상품들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모리셔스에서 ‘MIT모리셔스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김지영 씨는 “한국 문화를 강의하는중 수강생들이 한국산 TV, 자동차, 가전제품 등으로 친근감을 표시해올 때가 가장 뿌듯했다”며 “한국 브랜드가 봉사활동 기간중 코리아를 알리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봉사단들은 현지인들에게 한국이 인터넷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임을 심어주는 동시에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산업의 선도주자임을 자랑처럼 빠뜨리지 않고 알렸다. 이젠 IT산업이 국가를 말해주는 얼굴이 된 것이다. 정부가 봉사단을 해외에 파견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IT문화가 성숙됐듯, 우리나라 기술도 세계속에 당당히 소개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처지고, 산업적 혜택이 덜 돌아간 지역이기 때문에 IT산업 전파의 여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크고 넓다. 이런 특성을 가진 지역에 대한 IT관련 봉사활동은 그래서 더 중요한 의미를 띤다.
문화와 산업, 인간과 IT, 기술과 환경이 서로 이질적인 것이 아니듯 아프리카시장에 대한 우리 IT산업의 공략도 봉사와 현지투자, 환경 등과 밀접하게 연계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시장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지역에 파견된 2003 인터넷 청년봉사단의 활동 성과는 단기간내 표출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 IT산업도 아프리카시장에 대한 공략 성과를 1∼2년내에 따낼 것이 아니라 몇 십년에 걸쳐 거둬들여야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가 IT 기술력의 향상정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국력의 신장’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특히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품에 대한 기업들의 현지공략이 강화되는 것에 때 맞춰 한국의 봉사단들이 제각기 맡은 국가에서 왕성한 IT 전파활동을 펼친 것이 아프리카속의 코리아 열풍을 더욱 거세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서부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북동쪽으로 라오스, 동쪽과 남동쪽으로 베트남, 북쪽과 서쪽으로 태국에 둘러싸인 채 메콩강이 국토의 중앙을 관류하는 평원국가다.
9세기부터 12세기까지 앙코르 왕국을 건설, 인도차이나 반도의 대국으로 역사에 기록된 캄보디아는 공산 세력이 동남아를 휩쓸던 지난 1960년대 공산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난 93년 입헌군주제를 채택, 시아누크 국왕과 훈센 총리 체제가 들어설 때까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해 왔다.
인도차이나 전쟁, 잇따른 내전, 폴포트 시대에 크메르루주 정부가 저지른 대량학살 등으로 인해 파괴된 사회 기간시설은 복구가 요원할 정도로 낙후돼 있다.
그동안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해 러시아(구 소련), 중국, 북한 등의 원조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 온 캄보디아는 수도인 프놈펜 중심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도로가 비포장일 만큼 열악한 경제·사회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최근 인터넷 열풍이 불 정도로 정보화에 대한 의욕과 관심이 넘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 정보화를 총괄하는 정보통신개발진흥청(NIDA)의 적극적인 정보화 의지 덕택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IT에 대한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민간 기업의 경우도 업무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도입·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지만 비싼 인터넷 서비스 탓에 열정만큼 빠른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PC방이 프놈펜 시내에 속속 들어서면서 일반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네티즌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건 정보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캄보디아의 정보화는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는 특히 IT 강대국인 한국의 정보화 사례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해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국제 정보격차 해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동남아 국가 중 캄보디아에 처음으로 설치한 ‘인터넷플라자’에 대한 정부의 기대는 각별하다.
‘인터넷 플라자’를 정부 부처 및 지방 공공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 및 실습 공간으로 활용중인 캄보디아 정보통신개발진흥청(NIDA)은 수준 높은 IT 강의와 IT 마인드 확산을 위해 올해 처음 인터넷청년봉사단을 초청·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로 구성된 ‘인터넷청년봉사단(e-KOREA)’은 NIDA측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캄보디아 공무원들이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MS의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집중적으로 설파했다. 뿐만 아니라 지리정보시스템(GIS)이라는 생경한 분야를 소개, IT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100% 소화해 내고 있었다.
국토 대부분이 미개발 지역인 캄보디아의 경우, GIS의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게 e-KOREA의 설명이다. NIDA도 공무원들의 GIS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저변 확대를 위해 e-KOREA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4주간 교육받는 공무원들에게는 GIS 교육을 의무화하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밖에 30대의 인터넷PC가 설치된 인터넷플라자내 정보열람실은 캄보디아에서는 좀처럼 사용하기 힘든 인터넷을 일반인과 공무원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연일 장사진을 이룰 정도다.
이처럼 캄보디아의 정보화 열기는 최대 도시인 프놈펜은 물론이고 지방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프놈펜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따게오는 전력 시설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오지 가운데 하나다.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꿈과 미래학교’는 따게오 지역의 미래를 짊어질 IT 역군의 요람으로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청년봉사단 CIM(CAMBODIA IT MESSENGER)을 맞은 ‘꿈과 미래학교’ 30여명의 캄보디아 젊은이들은 MS 오피스,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력 공급이 충분치 않은 탓에 CIM과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발전기를 설치, 컴퓨터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등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육을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의 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난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e메일에 대한 설명을 한 시간이나 넘게 들은 후에 비로서 100% 이해했다는 캄보디아 젊은이들은 또 다른 고민에 직면했다. 자기만의 주소인 e메일 계정을 만드는 걸 도와주느라 CIM 4명은 땀을 흠뻑 쏟아야 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사실은 커녕 남한보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던 ‘꿈과 미래학교’ 소속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대학생 인터넷청년봉사단은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꿈과 희망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의 한 복판에 소수 민족 ‘고려인’이 모여사는 나라가 있다. 카자흐스탄. 구 소련의 핍박과 설움에서 고려인이 일궈낸 옥토(?)다. 지난 91년 12월 구 소련에서 독립한 독립국가연합(CIS) 12개국 중 하나다. 중국 서쪽의 평원에 자리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면하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12배, 남한의 27배에 달한다. 인구는 1486만명이며 카자흐인(53.4%, 793만), 러시아인(30%, 445만), 한민족(0.6%, 약 10만) 등 131개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소수 민족으로서의 설움을 이겨내고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 사이에서도 IT 열풍은 거세다. 이곳에서 봉사중인 한국 인터넷청년봉사단 프렌드십팀은 하루가 멀다하고 먼 여정을 단행해야 할 만큼 정보화에 목말라 있었다.
수도 알마타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소도시 우슈토베에 있는 제르진스키 중등학교는 학교내에 학생수 대비 PC 수가 턱없이 모자란 데다 평소에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강의시간엔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낸 플래쉬 동영상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들은 디지털 카메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셔터를 누르자마자 영상이 화면에 잡히는 것을 본 학생들 사이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강의를 마치고 디지털 카메라를 기증하자 학생들은 뛸듯이 기뻐했다. 정보화로부터 소외된 계층은 이곳 우슈토베에도 적지 않았다.
정보화에서 소외된 탓에 한국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고려인들이지만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 중에는 남다른 뿌리의식을 보여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학생은 “부모님들은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재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고려일보를 보며 공부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열악한 정보환경은 비단 카자흐스탄이나 고려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정보화 수준은 각국 정보화 통계에 언급되지도 않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PC 보유대수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인터넷 호스트는 2001년 현재 1만1000여대, 인터넷 사용자 10만여명 수준이다. 이동전화 가입자는 2000년 기준 19만7300명이다.
여러 나라로부터 컴퓨터를 지원받아 최신형 제품들이 많지만 유지보수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력이 떨어져 사용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누르삿과 투카시 및 카작텔레콤에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모뎀을 이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무척 느리다. 그러나 정보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발맞춰 ‘COM&COM’, ‘Internet&I’, ‘모빌리닉’, ‘컴퓨터클럽’ 등 컴퓨터 전문지가 다수 발행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들어 기업 민영화와 외자유치를 통해 IT산업 부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보화 지원업무 확대를 위해 지난 6월에는 교통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위원회를 정보통신청으로 독립시켰다.
비롯 경제는 낙후되고 IT환경은 열악하지만 카자흐스탄의 IT 열기만큼은 한국 못지 않다. 한국에서도 교육인적자원부가 세계 각지의 동포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설치 운영하는 알마타 한국교육원(원장 심상도)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교육원은 이달부터 CIS 전역에서 30여명을 뽑아 4개월 동안 IT전문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의 임무는 IT전문가 양성교육 내용에 대한 조언과 컴퓨터실의 네트워크 및 서버 정비작업이다. PC는 모두 고급 사양이었지만 바이러스가 걸렸거나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작동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프렌드십팀 단원 박호병씨는 “매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가 랜 공사까지 직접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냐”며 “랜 케이블 속 구리선 순서를 기억해 내느라 진짜 애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의 IT 봉사활동만큼이나 현지에서 한국의 인기는 높다. 알마아타 시가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전자제품 광고로 가득하다. 시내 전자제품 상가도 휴대폰, 디지털 TV, PC, LCD 모니터, 프린터 등 각종 정보통신 제품이 수두룩하다. LG전자는 지난 96년말 공장을 설립, TV·세탁기·비디오 제품 등을 연 50여만대씩 생산해 연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 브랜드 가전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70%에 육박한다.
한국은 현재까지 카자흐스탄 통신망 현대화 사업을 위해 1240만달러의 EDCF 차관을 제공한 상태. 오는 10월에는 정보통신부가 IT교육훈련센터를 캄보디아와 루마니아에 이어 세번째로 카자흐스탄에 개설할 예정이다.
▲네팔
“히말라야만큼 높은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나라 네팔에서 IT 전도사로 한국 청년들이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현직 초등학교 영어교사 정라나씨 등 4명으로 구성된 ‘e네팔’팀은 네팔 카트만두 인근의 마을에서 8월 한달동안 현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가르쳤다. 정라나씨를 팀장으로 IT 전문 강사 정지희씨,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진찬희씨,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네팔인 감비르 만 쉬레스타씨가 의기투합한 ‘드림팀’이다.
정라나씨는 현직 교사인지라 아이들과 친근하고 영어 의사소통이 자유로우며 정지희씨와 진찬희씨는 PC센터를 직접 셋팅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췄다. 여기에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인 감비르가 있으니 네팔에서도 충실한 정보화 교육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들은 평소 해외 여행길에서 개발도상국의 어려운 현실을 많이 접하면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오다 정보문화진흥원의 ‘인터넷 해외 봉사단’에 참여하게 됐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장점을 살려 정보화의 혜택을 나눠 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들이 활동한 곳은 카트만두 근처 도카 마을. 행정 구역상으로는 카트만두 시내이지만 논과 밭이 펼쳐져 있고 아낙네가 소떼를 모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아이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본적조차 없다. 물론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e네팔팀 4명은 8월 한달 동안 이 동네 40명의 아이들에게 윈도와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 기초 사용법과 하드웨어 기본구조 등을 가르쳤다. 장차 이 아이들이 자라서 네팔 정보화의 기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움이 간절했다. 정라나씨는 “아이들이 컴퓨터를 배우며 세상을 향한 창을 열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한 문화 교류 시간도 있었다.
이들은 단지 지식만 전해주고 온 것은 아니다. 직접 한국에서 중고 PC를 구입해 마을에 컴퓨터 교육장을 직접 구축했다. 마을에 교육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화 시설도 없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컴퓨터라곤 1대도 없는 마을에 PC 20대를 갖춘 ‘컴퓨터랩’이 생겼다.
한국 청년들의 컴퓨터 교육은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인근 4개 학교에서 학생들이 몰렸지만 교육장 사정 때문에 추첨으로 40명만 추릴 수 밖에 없었다. 진급 시험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지만 학생들은 빠지지 않고 교육장을 메웠다.
이런 열정이 e네팔팀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침없이 한달 동안 교육을 진행하는 힘이 돼 주었다. 도카 마을은 산지에 자리잡고 있고 도로 포장도 안됐다. 이들의 숙소였던 카드만두 시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오가는 길은 말 그대로 고생 그 차체였다. 때마침 우기라 도로 사정이 더욱 나빠지면서 자동차들마저 다닐 수 없게 돼 오토바이로 오갈 수 밖에 없었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몇십분씩 다니면서도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반면 ‘그런 시골 아이들 가르쳐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말을 들을 때는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상류 계층의 사람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며 한국에 좋은 인상을 심어야 이들이 훗날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랐을 때 우리 나라에 유익하다는 충고를 자주 들었다.
정라나씨는 “인터넷 청년 봉사단 활동엔 한국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인간의 기본권이나 마찬가지인 정보 접근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시골 마을 봉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활동한 또다른 인터넷 봉사단 ‘하나’팀은 명문 사학 카트만두대학의 의대생과 교수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실시했다. 이수진 팀장은 “상류층 사람들이라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시골 출신 학생이나 나이든 교수 중에는 컴맹이 상당수 있다”며 “이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상류층에 대한 정보화 봉사활동에 대해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기회”라는 말로 대신 했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찾게 해주는 봉사활동에 신분과 부라는 선은 거추장스러운 치장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네팔 학생들과의 생활은 자연히 네팔의 발전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짧은 봉사가 네팔인들이 스스로 정보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발전의 토대를 쌓을 수 있는 길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전화 보급률 3%, 만연한 부패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담긴 열의를 생각하면 희망을 접을 수 없는 것이다. 하나팀의 한 단원은 “네팔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만 아이들이 바라는 꿈은 모두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이 도카 마을에 남긴 PC 시설은 현지 교사들과 교육받은 학생들이 계속 관리하며 교육에 활용될 계획이다. e네팔팀은 자신들의 땀이 담긴 이 작은 공간이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높다란 꿈의 출발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