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스캔들, 대박예감(?)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일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영화 ‘스캔들’로 2년여 만에 다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배용준은 첫 영화촬영의 어려움보다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는 성취감에 더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첫 출연 영화로 사극을 선택한 배용준은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벗고 상투를 틀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지적인 이미지의 청년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스타로 자리를 굳힌 그였기에 ‘천하의 바람둥이’로 이미지를 변신하기에 힘들었겠지만 그의 첫 변신은 멋지게 성공했다.

 최근 열린 ‘스캔들’ 시사회에는 국내외에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어 뜨거운 관심을 보였으며 시사회가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갈채로 절반의 성공을 예고했다. 배용준이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일본과 대만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기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데다 첫 영화에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2일 개봉하는 영화 ‘스캔들(감독 이재용, 제작사 봄)’에서 배용준은 과거에 급제했으나 관직을 마다하고 여인을 탐닉하며 시서화를 즐기는 양반 사회의 이단아 ‘조원’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 ‘선수’답게 멋진 외모와 빼어난 말솜씨를 갖췄다. 대부분의 아낙네들은 그의 말 몇마디에 ‘자리를 펴고’ 눕는다. 역할 설정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열 여자 마다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에게 여자는 단지 정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쉽지 않은 상대인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이 등장하면서 노련한 선수도 흔들리고 만다.

 말못할 첫사랑이자 사촌 누이인 ‘조씨부인(이미숙)’과 ‘정절녀 무너뜨리기’ 내기를 한 ‘조원’. 단계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고 결국 27년간 닫힌 숙부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지만 어느새 그는 게임의 대상인 숙부인을 진실로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우선 배우들의 뛰어난 표정연기다. 양반으로서의 지엄한 법도를 따르면서도 돌아서서 본심을 숨기지 못하는 뛰어난 표정변화가 재미있다. 베테랑 이미숙의 질투어린 눈빛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조원’을 향한 전도연의 흔들림도 가슴 아프다.

 여기에 사랑하는 이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당신이 날 사랑한 순간 내 사랑이 변하더이다”는 아픈 대사를 내뱉는 배용준의 차가운 얼굴 속 젖은 눈이 절절하다.

 또 하나 숙부인과 ‘조원’의 ‘첫날밤’은 이전까지 기생이나 어린 처녀를 건드려온 ‘조원’의 행실과는 달리 진심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베드신으로 표현된다. 두 톱스타의 전라 신이라는 점이 화제가 됐지만, 거부하려 했으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여인의 진심이 눈물로 표출되며 게임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배용준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매 신이 어려우면서도 즐거웠다”며 “TV드라마든 영화든 다음 작품에서도 다양한 시도로 더욱 발전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촬영기간 내내 스태프들의 활동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던 배용준은 언젠가는 직접 감독이 돼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직접 만들 영화 소재는 어떤 것을 택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미스터리 스릴러를 찍겠다”고 답했다.

 프랑스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화화한 ‘스캔들’은 조선시대 양반들의 성적 코드라는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배용준이라는 톱스타의 신선한 이미지 변신 등의 요소로 올 가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