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수들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늘 지적돼온 것이 ‘가창력의 부재’다. 단적으로 말해서 요즘 가수들이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다. 가수란 말할 것도 없이 노래하는 사람인데, 만약 노래를 못한다면 그는 당초 가수란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다.
하긴 언제부턴가 입만 벙긋하는 립싱크 천지에다, 더러는 음반에서 들은 것과 실제 라이브가 많은 편차를 보이니 근래 가수들이 가창력 미달로 비판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선배 가수들은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내심 젊은 가수들이 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가창력을 재는 척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들은 발성·성량·음정·음역·박자감각·프레이징 등을 입에 올릴 것이다. 가수가 이런 조건들을 우수하게 보유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 훌륭한 가수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천부적으로 갖고 태어나지 않은 한 그런 제반 조건은 상당기간의 훈련을 거쳐야 갖출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다. 그리하여 가수 지망생들은 학원에서 또는 학교에서 맹렬히 발성 연습을 하고 정확한 음정을 위해 땀을 흘린다.
여기서 한번 짚고 넘어갈 것은 상기한 조건들이 클래식, 즉 성악에서 요구되는 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성악의 바리톤이, 소프라노가 발성이 떨어지고 음정이 맞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무대에 설 기회가 원천 봉쇄된다. 그런 클래식의 잣대가 대중음악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어떤 가수가 2∼3옥타브의 고음을 능란하게 구사하면, 다시 말해 높은 음을 무리 없이 해내면 무조건 가창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는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중저음 가수는 뭔가. 대중가요의 경우는 고음을 무난히 질러댄다고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높은 음역과 발성보다는 먼저 ‘맛’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대중가수의 조건이라면 차라리 ‘음색’이나 ‘감정 표현력’을 얘기하는 것이 온당하다. 가요 관계자들이 흔히 쓰는 ‘맛있게 노래한다’는 말도 이와 관련한다.
얼마 전 ‘핸드 메이드’라는 앨범을 발표한 한국 포크의 거장 이정선은 이와 같은 말을 했다. “경험으로 보면 내 곡 가운데 ‘음정을 내서 노래한 것’과 ‘음정에 신경 안 쓰고 노래한 것’을 비교해보니 후자가 낫더라. 사람들은 잘 부르려고 의도적으로 애쓰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그는 신보를 녹음하면서 “더 잘 부를 수도 있지만 그게 바로 ‘오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충 못하는 것으로 OK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노래란 ‘이야기’이며 ‘사람냄새’가 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떤 가수가 만약 옛날 이야기를 손자에게 구수하게 들려준 할머니처럼 노래했다면 그는 발군의 가수인 셈이다. 가수는 ‘이야기꾼’이다. 다만 노래로 이야기하는 게 다를 뿐이다.
대중가수의 으뜸조건은 완벽하고 놀라운 기교보다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자유롭고 인간적인’ 맛이라고 본다. 높이 올라가는 게 최고가 아니라 낮더라도 감동적인 울림이 있으면 좋은 가수인 것이다.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가수를 괴롭히는(?) 가창력은 적어도 대중음악에서는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