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울면서 레벨업을 한적이 있어요. 게임은 즐겨야 하는데 레벨업을 과제로 받아 의무감에서 하다보니 너무 싫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무슨 일이든 즐거워요.”
대부분의 GM(게임마스터)들이 그렇듯이 엔씨소프트의 1년차 ‘리니지 GM’인 김세희(26)씨는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게임이 너무 좋아 어렵게 입사한 외국계 은행을 떠나 GM 시험에 응시했고, ‘좋아하는 일이니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GM 세계에 발을 들였다.
“아버지가 컴퓨터 마니아예요. 공무원이신데 직접 프로그램도 짜고 게임도 많이 즐기셨어요. 덕분에 저와 남동생도 어려서부터 게임을 자주 접했고, 지금도 새로 나온 게임이 있으면 동생이 먼저 해보고 소개해줘요.”
그녀는 특히 초등학교 시절 부친이 새로 사준 컴퓨터로 접했던 ‘프린스’를 잊지 못했다. 그 이전에는 흑백 화면에 익숙했던 터라 컬러로 펼쳐지는 게임 속 세상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오죽하면 어린 소녀가 친구들과 함께하던 고무줄놀이도 마다하고 게임만 했을까. 중·고교 시절에는 학업 때문에 게임을 끊었지만 대학시절에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에 푹빠져 살았다.
“은행에서는 연수교육만 받았는데 딱딱한 분위기에 거부감이 느껴졌어요. 상품기획 파트에 있다보니 매일 실적을 평가하고 반성하느라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죠.” 은행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녀는 좋아하는 게임을 실컷하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게임회사를 찾았다.
GM으로 활동중인 요즘 그녀는 거의 게임에 묻혀 산다. ‘리니지’는 일을 위해서라도 의무적으로 해봐야 하는 게임이라 지겨울 때도 없지 않지만 동료들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누가 레벨업을 빨리하느냐를 걸고 내기를 하며 또 다른 재미를 찾는다. 물론 퇴근 후에는 동생이 추천하는 다른 게임을 즐긴다.
그녀의 목표는 자신이 관리하는 서버의 모든 유저들이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평소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그녀도 게임 내에서 만큼은 다정하고 친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엄격한 GM인 ‘메티스’가 된다.
게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망치는 유저들이 가끔 나타나 안타깝다는 그녀는 “이들을 보면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정성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게임은 게임으로 즐겨야 한다”며 “이들 게이머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전달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가능한 유저들과 직접 만나서 서비스하는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