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사인 `권리냐 횡포냐`

도메인관리 독점 지위 남용 논란

 닷컴 및 닷넷 도메인의 독점 관리업체 베리사인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에 대한 통제권을 지나치게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최근 등록되지 않은 인터넷 주소에 접속을 시도할 경우 베리사인의 검색 안내 사이트로 자동 접속되는 ‘사이트파인더’ 서비스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이트파인더란 실수로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주소를 입력했을 때 일반적인 ‘404 오류 페이지’ 대신 베리사인의 검색 결과 안내 사이트로 접속되는 서비스로 지난 15일(현지시각) 처음 시작됐다. 이 사이트는 사용자가 입력한 주소와 유사한 사이트 및 추천 사이트를 보여 주며 유료 광고 사이트도 함께 제시한다.

 인터넷 업계에선 베리사인이 인터넷의 ‘오타 트래픽’을 훔쳐 자사 유료 검색 광고 수익을 올리려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또 사이트파인더가 존재하지 않는 도메인 주소에서 발송되는 e메일들을 차단하는 스팸 메일 차단 소프트웨어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비롯, 현존 인터넷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이테크 관련법 전문 변호사인 이라 로스켄은 최근 “베리사인이 도메인 네임 시스템에 대한 독점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한 e메일 소프트웨어 업체를 대신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서비스파인더는 베리사인의 정당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사이트파인더와 유사 서비스를 하던 포퓰러엔터프라이즈도 “베리사인의 권력 남용으로 우리 서비스 트래픽이 50% 이상 줄었다”며 1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도 지난주 “현재 진행중인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서비스를 자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터넷 표준 기구인 인터넷아키텍처이사회(IAB)도 “베리사인의 시스템은 DNS 프로토콜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트워크 관리자 및 인터넷 관련 기술자들은 베리사인의 사이트파인더를 무력화하는 패치를 이미 개발했다.

 이에 대해 베리사인은 “조사 결과, 우리 서비스로 인해 인터넷 사용자들이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비스 강행 의사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