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인들이 인터넷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공사로 주변 상권이 위축되면서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계천 일대 상인들이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겸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상인들은 공사 시점을 전후로 자체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거나 인터넷 경매나 포털업체가 운영하는 소규모 소호몰에 잇따라 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소호몰을 분양해온 옥션의 9월말 통계에 따르면 옥션 내 서울지역 전체 판매자수 증가율은 30%인데 비해, 중구와 종로구 등 청계천로 인근 지역 판매자 수는 연초 대비 57%가 늘었다. 특히 청계고가 철거가 시작된 3분기에는 청계천 지역 판매자수가 이전 분기와 비교해 무려 24%나 더 증가했다.
이는 청계천 공사 시점을 기준으로 옥션에 진출한 청계천 지역 상인의 숫자가 서울지역 전체 판매자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옥션 박주만 상무는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해 주변 상권이 크게 위축되면서 인터넷 판매를 통해 제2의 매장을 가지려는 상인이 크게 늘었다”며 “다른 쇼핑몰과는 달리 옥션에서는 입점료 등 추가 비용이 필요없어 상인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옥션에서는 청계천 출신 상인이 활발한 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대문에서 신발 도매업을 하는 선진호(29)씨는 지난 2월부터 ‘바이조이몰’이라는 브랜드로 옥션에서 맞춤 수제화를 팔기 시작해 판매 두 달여 만에 월 매출 1000만원을 넘어섰다. 동대문 의류 쇼핑몰에서 의류를 파는 김성문(35)씨도 최근 온라인 판매자 대열에 합류했다. 동대문과 안산·파주 등 3군데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중인 김씨는 지난 5월부터 옥션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밖에 헌책방·전자제품·신발과 의류 등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지금까지 180여명의 청계천 상인이 옥션에 둥지를 틀었다.
온라인 소호몰 입점 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쇼핑몰로 개선하거나 아예 자체 쇼핑몰을 오픈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서울 중구 흥인동과 일대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던 평화가구·가사랑·예진가구는 가구를 온라인으로 보여주고 구매할 수 있는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종로구 장사동에서 전자 매장을 운영하는 부일일레트로닉스도 자체 사이트를 개설하고 온라인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계천 상인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을 한데 모아 보여 주는 ‘사이버 청계천’까지 등장했다. 사이버 청계천에는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5012개 업체가 입점해 활동 중이다. 사이버 청계천을 운영하는 이주용 사장은 “청계천 상가 공사를 전후로 입점업체가 크게 늘었다”며 “일부 매장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못지않은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계천 인근지역 매장은 청계고가 공사가 시작된 7월 매출이 6월 대비 30% 이상 급감하는 등 공사로 주변 상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복원 공사로 상권 위축돼 경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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