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내년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디지털TV 등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사업에 대한 R&D 투자를 오히려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구본무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톱을 위한 차별화된 무기로서의 R&D 경쟁력’과 맥을 같이 한다.
아울러 최근 마무리된 계열분리로 전자·정보통신과 에너지부분을 축으로 한 그룹 재편의 주춧돌을 놓겠다는 강한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LG의 내년 R&D 투자 확대는 이달 중순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 등 다른 그룹들의 R&D 투자계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가 지난 30일 평택 LG생산기술원에서 개최한 ‘전자부문 사업·기술 전략회의’는 한마디로 2010년 ‘세계 3대 전자·정보통신기업’ 달성을 이끌 ‘승부사업’ 및 ‘주력사업’에 대한 핵심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회의에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LG건설 회장, 김쌍수 LG전자 CEO, 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등 그룹 CEO들과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 백우현 LG전자 사장, 허영호 LG이노텍 사장, 조영환 LG마이크론 사장 등 전자부문 계열사 CEO 및 CTO, 사업본부장, 연구소장 등 그룹내 주요 경영진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전략회의에서 얻어진 결론은 ‘승부사업’(디지털TV, PDP, LCD, 이동단말)을 비롯, ‘주력사업’(디지털 어플라이언스, 광스토리지, 디지털AV)을 중심으로 복합·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제품 리더십을 확보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일등 LG’ 달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의 출발이 곧 이번에 결정된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R&D투자라 할 수 있다.
우선 ‘승부사업’의 경우 시장 성장에 대응해 일등상품 개발 및 적기 상품화 등 제품 리더십 확보와 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해 내년에만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LG는 디지털TV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칩세트 및 솔루션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과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확충, 2005년 세계 3위, 2007년에는 2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또 PDP는 최근 2기라인 가동으로 월 6만5000대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3기라인을 추가로 가동하는 한편 신제품 개발 및 전략적 제휴를 강화, 2005년 글로벌 톱에 오른다는 전략이다.
LCD는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TFT LCD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개발로 시장을 계속 선도해 나가고, 이동단말은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시장규모가 큰 GSM 부문에서도 선두권 진입을 위해 시장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평하고 있는 ‘주력사업’분야에서는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 CDRW, CD롬 드라이브 등 광스토리지 사업, DVD플레이어·리코더, 홈시어터 등의 디지털 AV사업 등에서 제품 리더십을 유지·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시스템 에어컨, DVD 기록계 등 고성장 분야의 신제품 개발을 강화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신사업’분야에서는 홈 네트워크, 차량 정보단말기,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단말기, 포스트 PC 등 신규 서비스와 연계된 사업은 주요 서비스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하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발굴·구현해 시장 조기 활성화에 주력키로 했다.
이밖에 ‘부품’ 분야에서도 유기EL, 광소자, 카메라 모듈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조기에 선두업체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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