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는 가라!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가 온다’.
전자의 고유 성질인 ‘스핀’(spin)을 제어, 반도체 등 각종 소자의 물리적 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스핀트로닉스가 정보기술(IT)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갈 태세다.
‘스핀트로닉스’란 전자의 스핀(spin)과 전자공학(electronics)의 합성어로 스핀을 응용하는 전자공학을 말한다. 스핀은 음의 전기를 갖는 ‘전하’(charge)와 함께 양자역학적 특징을 갖는 전자의 물리적 특성중 하나다.
종래의 전자공학에선 스핀을 외면해 왔다. ‘스핀’이 없어도 전자기술은 실리콘 CMOS 반도체를 바탕으로 PC에서 인터넷까지 IT분야를 견인하며 초고속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IT기술의 급진전은 마치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기존 전자공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보기기의 고속화·소형화·대용량화·저전력화하면서 전하에 기반을 둔 기존 소자들을 물리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전하와 스핀을 전기장과 자기장을 사용해 각각 제어, 각종 소자(디바이스)의 정보저장·처리·전송 등의 물리적 특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스핀트로닉스다. 또 스핀의 방향(spin precession)을 제어하는 데 매우 적은 양의 전기장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저전력 구현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스핀트로닉스가 스핀전계효과트랜지스터 (spin FET), 나노홀소자 (hall device), 나노스핀발광 다이오드 (spin LED), 스핀분극공명터널링소자 (spin RTD) 등 IT 요소기술 전반에 응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핀소자는 이미 두 강자성체 스핀 방향에 따른 저항 차, 즉 ‘거대자기저항현상’을 이용, HDD의 저장용량을 수 십배 향상시킨 GMR 헤드를 시작으로 상용화길로 접어들었다. 최근엔 전류가 자기 스핀의 방향에 따라 소자의 저항이 달라지는 터널링현상(TMR)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M램)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IBM은 2004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서도 최근 스핀트로닉스 붐이 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기초단계인 스핀 제어 연구에서 벗어나 나노스핀기능소자, 스핀기능소자기반기술, 스핀-포토닉스기능 소자 등으로 연구범위가 확대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출연연을 필두로 서울대, 연세대, 포항공대, 고려대 등 산·학·연 전반으로 연구가 확산되는 추세다.
KIST미래기술연구본부 장준연 박사는 “스핀트로닉스는 궁극적으로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PDA, 디지털카메라, 디지털TV, 멀티미디어 서버 등 IT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IT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정보기기 소형ㆍ대용량ㆍ저전력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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