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주 IMT2000 훈풍 부나

정통부 "출연금 일부 투자비로 전환"

 네트워크장비업종을 중심으로 모처럼 주가 강풍이 몰아쳤다.

 정부가 IMT2000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일 출연금중 상당규모를 IT 및 통신설비 투자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나타난 후폭풍의 성격이다. 7일 시장에서는 다산네트웍스·단암전자통신·영우통신·코어세스 등 주요 네트워크장비주들은 시장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2∼7%의 강한 상승세를 타며 오랜만의 ‘단비’를 만끽했다. 당국의 정책적 결단을 통해 6500억원∼1조원대의 투자수혈을 받을 경우, 커다란 산업적 모멘텀이 재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고사위기 벗어날 탈출구=올들어 단말기를 제외한 통신장비부문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쪽은 VDSL장비뿐이었다. 그나마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신규 투자가 계속 늦춰지면서 ‘업황-실적-주가’가 모두 바닥을 기는 악순환이 펼쳐졌다. 장비업종 내에서도 특히 중계기, 전송장비, 주파수부품 등은 몰락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IMT2000 사업자들이 앞으로 납부해야할 출연금 2조2000억여원중 일부를 비동기식망(WCDMA), 동기식망 구축용 설비투자로 전환할 경우, 이는 중소 네트워크장비업종엔 ‘숨통’을 틔어주는 것을 넘어 ‘활기’를 돌게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란 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LG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IT산업의 근간을 보호하면서 수많은 중소업체를 도탄에서 살려낸다는 의미뿐 아니라 국내 통신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네트워크장비업종을 무너지도록 방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노연구원은 “통신서비스업체의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장비시장 활성화와 기술개발 노력 배가를 이뤄내 일등상품인 단말기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고 다시 단말기가 새로운 서비스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투자 혜택 등 실질적 지원 뒤따라야=올초 SK텔레콤이 WCDMA 투자액 때문에 고초를 겪은 것도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부풀려진 대신 산업적 효과는 간과됐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이미 NTT, 싱텔 등이 IMT2000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으며 덩달아 단말기시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정통부가 IMT2000 투자전환을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또 하나의 규제장치처럼 비치게 하기보단 적극적인 세제혜택, 정책지원으로 투자의욕 및 매력을 적극적으로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결정시 직접 수혜종목은 압축될 듯=업종전반에 대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흥분과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실제 출연금이 투자로 돌려지기까지는 아직도 결정과정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삼성증권 오세욱연구원은 “IMT2000 사업자의 투자가 현실화되더라도 대부분의 구매선은 외국계 장비업체일 가능성이 크고 중소업체 할당분도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직접 수혜처는 일부 선두업체로 압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그러나 “전체 업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기 때문에 그나마 생기는 업종 긍정성 마저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