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 수요증가 등으로 세계 D램 시장의 성장이 낙관되고 있지만 올들어 한국산 D램의 시장점유율은 지속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별로 편차는 있으나 올해 세계 D램 시장은 작년보다 20% 이상 성장한 19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집계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8월 세계 D램 시장은 전월대비 11% 가량 성장하는 등 하반기들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생산하는 D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8% 수준으로 최고조에 달한 후 올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메모리 전자상거래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D램 출하량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8%에 달하던 한국산 D램의 시장점유율은 9월말 현재 43.86%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및 4분기 평균 국가별 시장점유율은 한국 48%, 미국 17%, 유럽 15%, 대만 14%, 일본 6%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에는 한국 44.87%, 대만 20.17%, 유럽 15.73%, 미국 14.18%, 일본 5.1% 등으로 집계돼 한국산 D램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반년만에 3%포인트 이상이 감소했다. 또 지난 9월에는 한국 43.86%, 대만 20.59%, 유럽 15.89%, 미국 14.52%, 일본 5.15% 등으로 2개월 사이 한국은 추가로 0.99%포인트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난야테크놀로지, 파워칩세미컨덕터, 모젤바이텔릭, 윈본드일렉트로닉스 등이 포진해 있는 대만은 지난해까지 2위를 지켜온 미국을 큰 격차로 밀어내며 쾌속항진중이고 지난해 업체별 순위 4위였던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는 올 1분기를 기해 하이닉스반도체를 누르고 3위에 올라섰다.
매출액을 토대로 시장점유율을 산출한 가트너데이터퀘스트의 조사에서는 한국산 D램의 점유율이 2002년 1분기 42.8%, 2분기 44.1%, 3분기 47.0%, 4분기 46.3%, 2003년 1분기 42.6%, 2분기 44.7%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급상승, 올 1분기 급락, 2분기 반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3분기 결과가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최근의 추이로 볼 때 한국산 D램의 시장점유율이 43% 후반 또는 44%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한국산 D램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위권 국가에 비해 두배 이상 높아 안도할만하지만 대만 및 독일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지난해까지 업체별 순위에서 3위를 고수하던 하이닉스반도체가 4위로 밀려난 것은 예의주시할만한 대목이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던 한국산 D램의 시장점유율이 올들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제품 전략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D램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폭증에 힘입어 가격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겨냥, 삼성전자가 낸드(NAND)형 플래시메모리 증산에 나서는 대신 D램 증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한국산 D램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2년 이상 경영불안으로 설비투자를 하지 못한 하이닉스반도체가 수요증가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국내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말 대비 삼성전자 3%포인트, 하이닉스반도체는 1%포인트 등 4%포인트 가량이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 집중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D램 증산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지만 연말까지 300mm 웨이퍼 가공량을 확대하고 내년 1분기에는 12라인 페이즈2가 본격 가동될 예정이어서 D램 시장점유율은 다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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