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티모시 스머커 EAN인터내셔널 회장

"전자태그 세상 눈앞"

 “현재 상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는 10년내에 손톱만한 칩기반의 전자태그(RF ID)로 바뀝니다. 전자태그는 상품 식별 기능에 불과한 바코드와 차원이 다르지요. 모든 상품 관리는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e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유통과 물류 분야에 전자태그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난 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막된 ‘ERC아시아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내한한 티모시 스머커 EAN인터내셔널 회장(스머커스 그룹 공동 대표)이 그리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유통·물류 분야의 전자태그 혁명은 그리 멀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미 미국 MIT대학의 오토ID센터를 중심으로 전자태그 공통 표준 ‘전자상품코드(ePC)’ 개발이 완료됐고 월마트·질레트·P&G 등 수 많은 기업들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전자태그용 칩 시장 활성화와 표준 확산입니다. 보다 싼 칩이 개발되고 각 나라에서 이해 관계를 떠나 공통 표준을 채택한다면 10년이라는 기간도 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한은 EAN회장 자격이지만 그는 내년 초 발족되는 글로벌스탠더드원(GS1) 회장 내정자다. 77년 출범한 EAN인터내셔널은 유럽·남미·아시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표준 상품 바코드와 전자 문서를 보급해 왔으며 최근 북미 지역 바코드 보급을 담당해오던 UCC를 흡수 통합했다. 두 조직이 만나 새롭게 출범하는 조직이 바로 ‘GS1’이다.

 “GS1은 기존 EAN의 사업을 이어받지만 사업내용은 다소 변화가 있습니다. 우선 ePC 프로젝트가 가장 큰 현안입니다. 101개 회원사는 물론 각국이 이를 표준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글로벌 레지스터리’ 사업도 추진할 것입니다.”

 스머커 회장은 “한국은 회원 사중 톱10에 들 정도로 비중 있는 나라”라며 “특히 전자카탈로그와 e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상당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스머커스 그룹은 중견 규모의 식품 업체지만 올 초 포천지가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미국 기업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초우량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기한 것은 4대째 가족경영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스머커 회장도 창업주의 직계지만 경영에 참여하기까지 말단 사원에서 출발해 30여년이 걸렸다.

 "스머커스 그룹의 성공 비결은 확고한 기업 철학입니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품질, 윤리 의식, 성장성, 사람 그리고 독립성입니다. 어떤 여건에서도 이 경영 철학이 그대로 이어져 오늘날의 스머커스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스머커 회장은 “기업 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제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결국 고객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도 이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티모시 스머커 회장은

 기업가보다는 성직자를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티모시 스머커 회장은 현장 경영의 신봉자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67년 우스터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69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스머커스에 입사해 30년넘게 현장 및 관리자 수업을 받았고 지난 2001년 공동 대표가 됐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스머커 회장은 스머커스의 경영을 맡은 후에도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확인된 결과를 토대로 경영을 하고 직원을 믿음으로 이끄는 경영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