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최대 이슈는 단연 방카슈랑스다. 금융업간에 쌓여 있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그렇다. 불경기로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정보기술(IT) 투자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는 온라인 금융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금융포털이 있었지만 대부분 상품 검색위주에 그쳤으나 방카슈랑스로 인해 사업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취약했던 개인대상의 금융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금융업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는 IT신규수요가 늘고 있다.
되돌아보면 1∼2년전까지는 인터넷뱅킹, 올해는 방카슈랑스가 IT수요를 이끌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또 어떠한 이슈가 IT수요를 창출할지 궁금해진다. 금융컨설팅 업체인 와이솔루션즈의 서창환 사장은 내년 금융권 최대 이슈로 주택 장기대출제도(모기지론)와 퇴직연금제를 꼽고 있다. 방카슈랑스 못지않게 새로운 IT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주택 장기대출제도는 길어야 3∼5년에 그쳤던 기존 대출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최장 20년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장기 대출인만큼 심사부터 모든 프로세스가 기존 대출보다는 까다로워질수 밖에 없어 고객평가와 관리시스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동산이란 자산을 금융 상품화하는 것이기에 주택장기대출제도를 위한 별도의 시스템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주택 장기대출제도보다 오히려 퇴직연금제도가 더 많은 IT투자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부는 최근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 약 830만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가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개인 계좌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기존 계좌와는 다르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스템 재개발에 대한 투자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금융환경의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해지고 지속될 것이다. 금융권의 IT투자가 줄어들 수 없는 이유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