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공동구매` 빛바랬다

할인점ㆍ인터넷몰과 가격경쟁 효과 미미

 집단 전자상가 매장들의 비용 절감과 가격 안정화에 기여해 왔던 ‘공동 구매’가 힘을 잃고 있다.

 9일 관련상가에 따르면 용산전자단지, 테크노마트, 국제전자센터, 일이삼전자타운 등 집단상가들은 90년말 이후 급부상한 할인점, 양판점, 온라인 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들의 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 동우회 등을 구성하고 ‘공동 구매’에 나섰으나 경기불황으로 폐업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대량구매에 따른 저가 구매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경우 ‘가전 구매 동우회’를 만들어 회원 점포별로 500만원씩을 걷어 제품을 구매한 후 매입가의 10% 가량을 기금 형식으로 선공제해 매년말 이익을 분배해 왔으나 최근 들어 동참 매장이 줄어들면서 공동구매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테크노마트도 층별 상우회를 통해 일정 비율의 기금을 갹출하는 방식으로 공동구매제도를 활용해왔으나 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 효과를 얻지 못하자, 상인들의 반응이 줄어들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국제전자센터와 일이삼전자타운 등에서도 일부 매장들을 중심으로 한동안 경쟁력있는 제품을 함께 구매해 판매하는 ‘박리다매’ 효과를 봤지만 회원매장들의 이탈이 늘면서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가전 구매동우회’에 참여해온 전자랜드의 한 상인은 “지난달에만 회원매장 3곳이 폐업하는 등 공동구매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최근 들어 공동구매 물량이 대형 양판점 매장 한 곳의 구입 물량도 되지 않아 그 효과가 갈수록 반감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각 집단상가는 상우회별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최근 용산전자단지를 중심으로 ‘공동 출자’ 방안이 모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동출자’는 현재와 같은 입점 형태를 벗어나 매장들이 공동 출자를 통해 상가 일정지역을 공동 운영하자는 것이 골자로서 이 방안을 제안한 상인들은 기존 ‘공동구매’보다 저가 구매효과가 커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공동출자’ 방식의 가격경쟁력 제고 방안은 매장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다 현실적으로 상인들의 호응도도 낮아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