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35개월만에 처음으로 1140원대로 추락하면서 환율 문제가 또 다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의 강력한 지지선인 110엔대가 무너지고 지난달 G7 회담 이후 엔화 강세 현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던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오면서 엔화에 동조하는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 당국자가 엔화와 원화간 비동조화(디커플링)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G7 회담 직후처럼 급격한 환율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국내 증시는 G7 회담 이후 환율 쇼크가 지나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비교적 덤덤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지난 8일 종합주가지수는 환율 하락의 여파로 소폭 내림세였지만 9일엔 언제 그랬냐는듯 강한 복원력을 보여줬다. 달러 결제비율이 높거나 달러화 부채가 많은 원화 강세 수혜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원화 강세 피해 종목인 수출 IT주도 차분하게 환율 하락의 충격을 흡수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 문제는 여전히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임에 틀림없다. 대우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 움직임에도 불구 달러 공급 우위의 수급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화와 엔화간 디커플링보다는 원·달러 환율의 계단식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달 열릴 예정인 부시와 고이즈미간 정상 회담과 APEC 회담을 기점으로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대증권 전종우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 볼때 달러화 약세가 지나칠 경우 경상수지 호전보다는 자본수지 악화라는 부작용이 있으며 국채의 해외 매각에 어려움이 예상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