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일로에 있던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의 내년 성장률(생산량 기준)이 IT 경기 회복세에 힙입어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8.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PCB 리서치 기관인 일본 ‘N.T 인포메이션’의 하야오 나카하라 박사는 전자회로산업협회가 13일 코엑스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2004년 PCB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200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세계 PCB 경기는 특별한 돌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8% 대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 호황기를 누렸던 99년∼2000년 시점으로 본격 회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 움직임=나카하라 박사는 올해 PCB 경기가 3.4%의 성장률을 달성, 321억달러 어치의 생산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치는 작년 마이너스 성장(-6.2%)을 탈피, 플러스 성장세에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PCB산업이 내년께 8.0% 성장한 344억달러에 이어 2005년 8.1% 늘어난 373억달러 생산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근거로 나카하라 박사는 8월부터 시스코·마이크론 등 IT 간판 기업들이 10∼15%의 인력을 증원했거나 채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기판 원자재인 동박·절연재 등의 수요가 늘어나 기판 업체들이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물론 판매가 역시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에선 크리스마스 특수가 빛을 발휘하지 못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지만 대다수 IT 관계자들이 내년 4월∼5월께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오히려 회복 시점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시장 고성장=중국의 PCB 산업 성장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나카하라 박사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올해 17.0%(약 55억달러)에서 내년 19.4%(67억달러), 2005년 21.5%(80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2005년께 일본(약 96억달러)에 근접하고 2007년께 능가, 기판 시장의 패권을 쥘 것으로 나카하라 박사는 점쳤다. 여기엔 이비덴등 일본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합작 법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또 난야가 올해 7000억원을 투자하는등 우수·유니텍 등 대만계 중국 현지 업체들이 과감한 시설투자를 벌이고 있어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중국엔 기판 재료업체들이 43개 가량 활동하고 있어 중국 기판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측면에서 경쟁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
◇한국 산업전망=한국 기판산업은 올해 7.0% 성장률을 달성, 25억달러의 생산실적을 올리고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6.0%를 기록, 일본의 성장률(올해 1.0%, 내년 3.0%)를 상회할 것으로 나카하라 박사는 전망했다. “그렇지만 판가하락으로 생산량과 경영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고부가제품에 치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기 위해선 연성기판용동박적층원판(FCCL) 등 기판 후방 산업이 취약한 만큼 소재 산업에 대한 국산화가 선결돼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함께 휴대폰등 완제품의 초소형화와 고주파화로 레이저드릴을 이용, 대량양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마이크로 비아(via)’ 시장이 향후 주류를 이룰 것이며 친환경적인 할로겐프리 기판 시장이 일본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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