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의 박사 과정생이 컴퓨터 자판의 ‘시프트(Shift)’ 키 하나로 CD 불법 복제 방지 소프트웨어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공개하면서 저작권 보호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공학과의 존 할더만이라는 이 학생은 보안업체 선컴의 복제 방지기술이 적용된 음악 CD를 PC에 넣을 때 시프트키를 누르고 있으면 복제 방지 소프트웨어의 작동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자신의 웹페이지에 올렸다. 시프트키를 누르면 CD에 저장된 복제 방지 소프트웨어의 로딩이 중단되기 때문이라는 것.
선컴의 복제 방지 기술은 지난달 BMG 산하 아리스타레코드가 배급에 나선 리듬&블루스 가수 앤소니 해밀턴의 새 앨범 ‘어디서 왔는지(Comin’ from where I’m from)’에 채택돼 화제를 모았다. 이 CD에는 일반 음악 트랙과 컴퓨터에서 재생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 등 2가지 형태로 음악이 저장되며 소비자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음악을 복제하거나 다른 기기로 옮길 수 있다.
이 보도가 나온 후 선컴의 주가는 25% 가까이 하락했으며 기업 가치도 1000만달러 이상 떨어졌다.
선컴은 저작권 보호 기술을 우회하는 시도를 불법으로 규정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에 의거, 할더만을 고소할 계획을 밝혔다가 곧 이를 취소했다. 피터 제이콥스 선컴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학문적 연구라해도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 주장하며 소송 제기 계획을 밝혔으나 이내 “자유로운 학문 연구를 위협하는 것으로 비치고 싶진 않다”며 계획을 철회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작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DMCA에 대한 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어떤 기술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할 수 없다면 기술 혁신은 있을 수 없다”며 저작권 관리 기술에 대한 연구 자체를 방해하는 DMCA는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