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일본 도요타 경영 배우기가 한창인 가운데 삼성전기가 도요타처럼 간부급 인력을 협력 업체에 내보내는 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최근 협력 업체 협의체인 ‘협부회’ 43개사와 간담회를 갖고 각 회원사가 자사 간부급 희망 퇴직자를 고용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전기측은 희망 퇴직자를 협력업체들이 수용할 경우 납품 물량을 배정하는 데 있어 가산점을 부여할 정도로 자사 간부급 인력의 이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출향성 제도’로 불리는 이 제도는 일본 도요타가 감원 인력을 하도급 업체에 취업시킴으로써 내부 조직 반발을 무마하는 동시에 고급 인력 수혈에 따른 하도급 업체의 품질관리능력을 제고시킨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기측은 이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협력 업체들에게 대기업의 품질 및 관리시스템을 고스란히 전수함으로써 품질 및 조직 관리 등 능력이 한 단계 상승, 결국 삼성전기의 품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삼성전기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이다.
협부회 한 회원사는 “중소 기업들이 어렵사리 우수 인력을 양성해놓으면 대기업에 빼앗기곤 했는 데 이번 삼성전기의 출향성 제도가 시행되면 역으로 고급인력을 수혈받아 현장에 바로 배치할 수 있다”며 “기술 인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 “이번주까지 협력 업체의 신청서를 접수받아 해당 수요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동시에 협력 업체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자사 인력 수요도 조사, 양측간 수요와 공급을 재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이 대기업 간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협부회 한 관계자는 “중소 기업 형편상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줄 수 없다”며 “대기업 간부가 중소기업 수준의 임금으로 일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임금을 삼성전기측이 보존해주어야 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