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휴대폰업계 최강인 노키아·TI연합과는 달리 퀄컴사를 3세대(G) 사업파트너로 선택, 유럽시장 공략을 선언한 것에 대해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 ‘공조’의 폭에 따라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삼성전자가 퀄컴의 트라이얼모드 칩을 공급받는 것을 계기로 3,4세대 정보통신 분야서 전면적인 협력으로 확대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경·의미=삼성전자는 그동안 퀄컴과 TI·모토로라 등 3∼4개 WCDMA 칩 벤더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퀄컴이나 TI의 경우 모두 트라이모드(GSM·GPRS·WCDMA)칩을 개발해 놓은 데다 성능 또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TI의 경우 이미 노키아와 손잡고 CDMA 1x 칩을 북미 시장에 내놓은 데다 중국 화웨이와도 협력, 중국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어 세계 시장판도를 굳혀가는 게 아니냐는 예측까지 대두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양사는 GSM시장 공략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은 CDMA·WCDMA 국내용 칩을 생산하는 대신 퀄컴의 GSM·GPRS·WCDMA 트라이모드 칩을 채택, GSM시장 공략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DMA를 기반으로 GSM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퀄컴으로서는 삼성이 손을 들어줌에 따라 천군만마의 힘을 얻게 됐다.
그동안 퀄컴이 내놓은 유럽형 트라이얼모드(GSM/GPRS/WCDMA) 베이스밴드칩(MSM6250)은 TI·모토로라·아기어시스템즈 등 기존의 강자들에 밀려 휴대폰업체들이 쉽사리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특히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데이터 다운 속도를 높인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기술을 지원하고 GSM 및 GPRS 시스템과 호환되는 차세대 WCDMA 칩세트(MSM6275)를 삼성전자에 공급·내년초부터 후속 제품의 출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협력 “신호탄”=양사가 2G에 이어 3G 부문에서도 밀월을 계속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이 “퀄컴의 트라이모드 칩이 TI사의 칩에 비해 성능에서 손색이 없다”거나 “벌써부터 3G서비스 사업자들의 공급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데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삼성이 4세대에서도 이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노키아를 비롯한 세계 다수의 휴대폰 업체들과 TI·마이크론 등 칩 제조업체들은 WCDMA 시장의 불투명한 전망을 들어 GPRS·EDGE 이후 3G 부문의 WCDMA를 건너뛰어 4G 부문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퀄컴과의 협력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정보통신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선 독자칩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독자적으로 4세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망=일단 3G 부문서는 삼성전자·퀄컴 진영과 노키아·TI 진영의 양대진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퀄컴은 유럽 GSM시장을 깊숙하게 공략할 태세이고, 노키아 또한 TI와 공조를 더욱 튼튼히 하면서 공세 차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TI사는 중국의 화웨이와 협력관계를 맺고 중국시장의 판도변화를 꾀할 전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GSM·GPRS시장에서 아직 초보자인 퀄컴의 솔루션만을 독점적으로 탑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기존 삼성전자의 GSM·GPRS시장 파트너였던 필립스반도체·아기어시스템즈·스카이웍스·실리콘랩 등 상당수 업체들이 EDGE·WCDMA 등 차기 솔루션을 내놓고 삼성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향후 이동통신 규격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는데 있다. 일각에서는 WCDMA가 잠시 머물다 현재의 GPRS(2.5세대)·EDGE(2.75세대)에서 바로 4G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삼성의 선택이 주목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