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V, HFC망, NGcN, BCN, 양방향 서비스, T정부. 이런 말들은 최근 케이블 TV업계를 비롯한 통신 방송 융합 산업분야에서 화두로 등장한 단어들로서 이미 익숙한 것들이다.
이런 말들은 TV의 디지털화를 통해 우리 일상뿐 아니라, 케이블 TV라는 매체로 시청자에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SO업계에 빅뱅과 같은 엄청난 변화를 예시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빅뱅과 같은 디지털화로 인해 SO업계에 닥쳐올 내외적인 환경변화는 어떠한 것들이며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10년 가까이 아날로그 방송이라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영위해온 SO들이 바뀌어야 될 점이 무엇인지 총체적 관점에서 점검해 본다.
◇ 디지털화로 인한 환경변화
환경 변화를 언급하기 전에 먼저 변화의 요인을 살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디지털화는 물리적인 관점에서는 콘텐츠 내용이 아날로그 신호가 아니라 디지털신호로 변환돼 전달되는 것뿐이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저자인 네그로폰테 박사의 말대로 ‘원자(atom)에서 비트(bit)’로 변화한 것이므로 비트들과 원자들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화로 인해 창출되는 가치와 결과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 차이의 이해는 쉽지만 내포돼 있는 의미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 책 등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원자 형태지만 이들이 비트 형태로 전달될 때에는 전혀 새롭게 다가온다.
이 변화를 TV라는 매체에 적용시켜 보면 대응방법이 나온다. 쉽게 말해서 통신은 별(star) 형태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송수신하는 반면 아날로그 TV는 고리(loop)형 네트워크로 정보를 전달한다. 똑같은 콘텐츠가 통신의 경우 일대일로 전달되지만 TV에서는 일대 다수에게 전달된다.
지금까지 TV는 말 그대로 바보상자이며 단말기일 뿐이었으나 디지털화는 TV의 개념을 바꾸었다. 원자 형태의 프로그램 전달이 아니라 비트의 형태로 셋탑박스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TV는 이제 하나의 완전한 컴퓨터가 됐다. 집안 모든 장치에 접근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네트워크 개념 또한 일대 다수에서 일대일로 바뀔 것이다.
SO들도 방송국을 중앙에서 운영하며 다수의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동시에 전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상호간 일대일 통신이 가능한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네그로폰테가 “25년 내 비즈니스와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케이블과 전화간에 차이는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한 얘기가 벌써 현실화하고 있다.
SO 입장에서는 디지털화로 인해 생기는 변화를 기술적, 마케팅적 관점 등에서 볼 수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방송국에서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하향 신호뿐 아니라 일대일 통신 채널을 형성하기 위한 상향신호를 고려해 망을 구성해야 한다.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 트래픽을 관찰하고, 셀분할 작업 등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기존 패러다임의 전면적 변환이 필요하다. 그림1에서 보듯 방송 통신의 융합에 따라 시청자들도 수동적인 태도에서 능동적·적극적 태도로 바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 개념이 이제는 마케팅 개념마저 뒤흔들고 있다.
시장은 대형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더 나아가 소비자를 위한 대규모 맞춤화(mass customization)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TV를 통해 제공될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해 개별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시점이 됐다. 기존 SO는 지역방송의 특성상 고객, 즉 지역 주민 밀착 영업을 해왔지만 더 세분화된 소비자 요구에 맞추기 위해 마케팅과 고객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및 다양한 기법의 고객관계관리마케팅(CRM) 등이 필요하다.
◇ 디지털 케이블 TV와 사업 모델
디지털 TV 시대의 SO들은 기존 케이블 TV업계가 고수해온 대량(mass) 마케팅과 같은 단순한 아날로그 시대 사업화 모델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SO들은 경쟁없이 소비자 관점보다 자기 중심적 관점에서 사업을 영위해 왔지만 전국대상의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는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를 맞게 됐다.
콘텐츠의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성방송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도 안돼 8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성공을 이루고 있는 현 상황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SO는 케이블 TV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살리고 급진전되는 디지털화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산업경쟁력 모델 4가지 요소(구매자, 공급자, 신규진입자, 대체재)라는 관점에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요소를 4가지 정도 추출할 수 있다.
구매력을 결정하는 요소, SO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체재에 대한 연구, 대체재로부터 받는 위협, 대응방안 등이 그것이다. 또한 SO가 가진 지역밀착형의 서비스의 경쟁력과 SO가 소유하고 있는 HFC망의 잠재력을 100% 활용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또 거의 완벽한 양방향성의 특징과 통신방송 융합의 중심에 있다는 점 때문에 광대역융합망(BCN)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HFC망과 디지털TV를 결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SO의 디지털화는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미 자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서두른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HFC망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여전히 가격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HFC망은 현재 870㎒까지 사용 가능하지만 이 대역폭을 수 ㎓까지 확장시키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역폭 확장성이 탁월한 HFC망이 xDSL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전송에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
여러 SO에서는 이미 부가서비스의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그림 2에서 보듯 향후 방송서비스는 아날로그 TV와 디지털 TV, 인터넷 서비스, 그리고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 등으로 다양화될 것이다. 단지 디지털 전환 속도와 시청자의 양방향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요구에 따라 매출액과 매출액의 구성요소가 유동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림2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도 단순한 아날로그 TV에서 다양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어떤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며,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시장 환경 변화보다는 비즈니스 모델과 이에 따른 전략에 의해 그림2에 있는 화살표의 방향과 움직임의 향배가 결정되며 이는 결국 SO의 매출과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다른 경쟁 매체와 비교해도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HFC망의 양방향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 지금 SO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정부도 10대 신성장 동력중 하나로서 디지털 TV분야를 선정해 양방향 서비스 중 하나인 T정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1100만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고 전국 각 지역별로 고르게 산재한 SO들에게 디지털 케이블 TV은 매력적인 차세대 매체인 동시에 산업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특히 양방향 TV서비스 중 VOD(Video On Demand)와 같은 서비스는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2002년 말경에 VOD 홈 패스율이 전체 케이블 가입 세대의 약 43.2%로 확장될 정도로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를 잡아 거의 모든 MSO들이 기술적 어려움없이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이미 VOD를 수익성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여기고 있는 업체들이 현재 준비 중에 있으므로 콘텐츠 수급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청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모델만이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VOD야말로 일대일 개념의 방송 서비스다. 방송국 콘텐츠 서버와 시청자 TV사이의 전용회선을 이용해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므로 이에 부응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서비스 품질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양방향 서비스의 또 다른 사례로 유럽의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들 수 있다. 배팅· 게임· T메일· T코머스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시청자들에게 많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창출할 비즈니스로는 아직까지 더 많은 시간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것 같다. 서비스 실시에 앞서 SO들은 이런 사례를 통해 과연 서비스 제공의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관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 결론
우리는 급진전되는 디지털 시대의 한 가운데 서있다. SO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고품질과 다채널 TV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외형상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개념에서 비트캐스팅(bitcasting)개념으로 변환은 SO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SO에 속한 종사자뿐 아니라 사업 모델, 서비스 품질과 정책에 관계된 모든 사업 영역들도 급속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성기현 C&M 전략기획실장 khsung@cnm.co.kr
△약력
미국 메릴랜드대 공학박사
조지워싱턴대 MBA
벤딕스에어로스페이스(Bendix Aerospace) 수석연구원
한국통신 위성사업단 발사감리부장
현대전자 글로벌스타 부장 및 해외마케팅 및 상품기획팀장
미래온라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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