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LSI) 전용 공장인 온양 공장의 가동 시기를 또다시 늦추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및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 당초 시스템LSI 분야에 책정돼 있던 8400억원의 설비투자액을 5800억원으로 2600억원 가량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주우식 삼성전자 상무는 “시스템LSI 투자 부문의 조율이 더 필요한데 이번 설비투자액 조정은 SoC 전용라인 때문에 축소했다”면서 “대신 D램 라인 등을 비메모리로 전환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양 공장 클린룸 설비 반입 늦춰=당초 삼성전자는 올 4분기에 1200억원을 투입해 온양 공장에 클린룸 설비를 반입,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스템LSI 전용라인을 가동키로 하고 설비투자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부문에서 12라인과 13라인 등 300㎜ 웨이퍼 전용라인에 대한 설비투자가 계획보다 빨라지면서 비교적 여유가 생긴 메모리 노후라인(6라인)을 비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시스템LSI사업부 전략기획 담당 조병학 상무는 “당초 2600억원에는 온양 공장 클린룸 공사와 늘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 인력들이 근무할 연구동 공사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두 부문에 대한 공사가 늦어져 올해 투자집행액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또 “그렇다고해서 온양공장 설립이 아예 무산되거나 장기적으로 연기된 것은 아니”라면서 “2005년이면 비메모리 생산 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계획을 재조정해 곧 다시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300㎜ 공장으로 갈까, 아웃소싱 늘릴까=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처럼 설비투자액을 집행전 바로 전단계에서 재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또다른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장비업체 사장은 “삼성이 온양공장의 밑그림을 기존 200㎜ 웨이퍼 공장에서 300㎜로 바꾸기 위해 투자액 집행시기를 늦춘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이윤우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 네트워크 사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온양 공장 설립을 중단하지 않았고 300㎜ 공장으로 재추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화성에 14, 15라인 등 메모리 전용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데다 정부에 21라인까지 설립이 가능하도록 증설을 요청해 놓은 상황에서 굳이 온양 공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오고 있다.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는 온양 공장 대신, 메모리 라인을 전환해 쓰거나 아웃소싱을 늘리면서 전용 공장 설립은 최대한 뒤로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관측은 최근 삼성전자가 중국 SMIC·화홍NEC 등 파운드리(수탁생산)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는데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윤우 사장은 “반도체 투자는 너무 빨라서도 늦어서도 안된다”면서 “자원은 한정돼 있는 만큼 최대한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노후라인 재활용ㆍ아웃소싱 확대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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