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의 승리.’
나락을 걷던 하이닉스가 6분기 연속적자를 마감하고 마침내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최근들어 D램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일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인피니언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300㎜ 양산능력을 확대해가는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매각 등으로 이른 시일내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흑자전환은 반짝 호황에 머물 수도 있다는 게 증시분석가들의 지적이다.
◇흑자 언제까지 이어질까=전문가들은 하이닉스반도체가 4분기에도 영업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2배나 많은 940억원일 정도로 생산성이 높고 이미 8월부터 월별 흑자로 돌아서 손익분기점이 넘어섰기 때문. 더욱이 4분기는 성탄 특수 등 계절적 수요가 있어 영업흑자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희진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하이닉스가 현금을 꾸준히 벌어 영업현금흐름에서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노무라증권은 “반도체 가격강세로 인해 하이닉스가 4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하이닉스의 흑자전환은 일시적인 D램 가격 강세 때문일 뿐 구조적인 구조조정 성공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특히 세종증권은 “하이닉스의 흑자전환이 LG반도체 영업권을 상각하지 않아 이뤄졌다”면서 매분기 평균 3000억원 가량의 영업권을 상각한 것을 다음 분기로 넘겼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D램 가격의 변동성이 워낙 커 내년 이후의 흑자지속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5달러대를 돌파했던 256Mb DDR SD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4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증권 전우종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D램 가격이 4분기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 경상이익에서도 흑자를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300㎜ 설비투자가 관건=결국 하이닉스의 흑자지속 여부는 설비투자에 따른 원가절감에 달려있다해도 관건이 아니다. 가격등락이 심한 D램 산업에서 이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한 흑자를 내려면 원가구조가 튼튼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설비투자. 삼성전자는 최근 IR에서 올해 3조6400억원을 메모리 라인에 투자, 300㎜ 생산능력을 월 2만5000장으로 늘리기로 한 데다 인피니온과 난야 등도 이미 300㎜ 생산능력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어 300㎜ 투자는 하이닉스의 약한고리가 되고 있다. 결국 제 때에 300㎜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블루칩, 골든칩 등 미세회로공정만으로는 생산력 증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건은 비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통한 추가 투자 재원 확보.
세종증권 최시원 애널리스트는 “비메모리 사업부 매각 등을 빨리 마무리지어 흑자구조를 지속할 수 있는 투자를 단행해야한다”며 “더이상 300㎜ 웨이퍼에 대한 투자가 늦어지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전략기획 담당 상무는 “200㎜ 웨이퍼 공장을 300㎜로 전환해 사용하면 투자 비용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면서 “비메모리 사업부 매각 등을 포함해 300㎜ 설비투자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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