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산업 개발을 놓고 과기·정통·산자 3개부처가 독자 사업노선을 고집, 중복 개발에 따른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까지 중재에 나서 4개월여 조정 끝에 어렵사리 결정됐던 영역구분 작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황과 문제=차세대 성장동력산업 개발을 놓고 3개부처가 제각각이다.
과기부는 과기부대로 지난달 11개 분과에 130여명의 전문가를 동원한 차세대성장동력추진기획단을 발족하고 기술개발에 나섰고 산자부도 후속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개 산업별 기획단에 430명에 이르는 대규모 민관추진단을 발족시킨 바 있다.
정통부 역시 IT신성장 동력 추진위원회를 열고 산업별 총괄책임자(PM)를 임명해 세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문제는 부처별 독자노선 추구에 따라 산·학·연 전문가가 따로따로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 낭비며 전문가집단의 패거리 문화 조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교수와 연구원의 경우 3개부처 기획에 중복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개부처가 후속조치로 내놓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아이템도 조정이전의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
과기부는 당초 발굴한 49개 초일류 기술을 9월 후속조치 이후에도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외에 자체적으로 발굴한 기술도 포함해서 개발한다는 게 이유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산자·정통부의 개발영역과 중복되는 상황이다.
산자부 역시 5월 세미나 등을 통해 결정한 미래전략산업·주력기간산업·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을 3각축으로 한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발굴 프로젝트’ 카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정통부도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빼고 차세대 광대역통합망을 추가한 ‘9개 IT신성장 동력’을 고수하고 있다.
◇대안은 없나=부처간 역할분담안은 청와대와 과학기술자문회를 축으로 전문가풀에서 수백명이 참여, 수개월에 걸친 산고 끝에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독자노선을 추구한다면 정책혼선이 불가피하고 정부의 공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에서는 어느정도의 중복 경쟁은 오히려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것이라고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는 참여정부 최대 현안인 만큼 중복보다는 협력투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로 범부처 조정기구를 상설기구로 설치하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처별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향한 새로운 정책사업으로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처별 역할 조정을 기획단계에서 향후 추진과정에 이르기까지 체계화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관리감독 기능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10대 성장동력산업 선정과 역할분담 조정과정에서 청와대가 주도적 역할을 해온 만큼 앞으로도 부처의 감시기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간주도로 하되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지만 계속 소모적 논쟁과 부처별 경쟁이 심화된다면 결국 청와대가 이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경부장관을 위원장으로하는 관계장관회의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과기·산자·정통 등 3개부처의 경쟁관계를 고려할 때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총괄기구도 없어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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