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정보화 사업을 놓고서 삼성SDS·LG CNS·SK C&C·포스데이타·쌍용정보통신·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 등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국방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어 올해 집행계획이 잡힌 사업을 연기한데다, 정보화사업 개발방식을 종전의 민간업체 주도에서 정부(군) 주도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국방정보체계 개발방안’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방프로젝트 잇단 연기·보류=국방부가 자원관리체계 분야 정보화사업의 개발방식을 군주도로 다시 추진키로 함에 따라 당초 하반기중 발주계획이 잡혔던 군수통합정보체계(400억∼500억원)· 국방인사정보체계(150억∼200억원) 개발사업들의 연내 착수가 어렵게 됐다.
국방부 정보화기획실 관계자는 “이들 사업의 개발방식을 재검토해 추진할 방침”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지는 않겠지만, 서둘러 급히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지휘소자동화체계(CPAS) 성능개량사업도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사업 첫해 예산이 25억원 정도로 책정됐다. 군사정보통합전파체계 개발사업의 경우 국방부에서는 내년도 예산이 잡히지 않아 2005년으로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방부가 종전 민간업체 주도의 개발방식을 유지키로 한 지휘전장관리체계 분야에서는 각각 500억원대의 해군 및 공군 전술 C4I체계 개발사업이 지난 22일 국방장관의 승인을 거쳐 내년으로 연기 방침이 굳혀졌다.
특히 국방부가 업무재설계(BPR)·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사업의 추진 방식을 종전의 민간업체 주도에서 군 주도로 수행키로 방침을 확정, 앞으로 개발 단계 이전의 선행 연구사업에서 SI업체들의 배제가 불가피하게 됐다.
◇고민에 빠진 SI업계=대형 SI업체들은 현재의 국방사업을 대폭 축소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국방 프로젝트의 상당부문이 군주도 개발방식으로 바뀌게 되면 SI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문이 과거에 비해 큰폭으로 줄어 들 것이고 그만큼 국방사업 매출도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 가뜩이나 SI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가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실제로 SI업체들은 올해 예정된 국방 SI사업의 연기·보류로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업체들은 올초부터 해·공군 C4I개발사업 및 군수통합정보체계·국방인사정보체계 개발 사업 준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왔다.
해군 및 공군 C4I체계 사업자로 선정된 쌍용정보통신컨소시엄 및 포스데이타컨소시엄 측은 “제안비용, 협상비용, 추진인력 선투입, 사무실 비용을 합해 지금까지 최소 20억원 정도의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사업 전담인력 유지 여부가 업체들에게는 더 큰 고민거리다. 해·공군 C4I체계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SI업체들의 경우 올해 초부터 사업준비를 위한 초기 인력으로 군출신 전문가 100여명을 영입한 데 이어, 사업착수에 대비 추가 영입작업을 진행해 왔다. 또 군수통합정보체계 개발사업 등을 겨냥해 해당 분야 군 출신 전문가 수십명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업체들은 현 단계에서 이들 인력과 전담조직에 ‘칼’을 댈 가능성은 배제하는 분위기다. 일단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지금 당장 국방정보화 기술인력을 줄였다가 향후 국방 SI시장이 되살아날 경우 이중적으로 손실을 입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이같은 입장이 지속될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