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급격한 환율파동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3%나 신장된 1835억달러 이상 달성이 예상되는 것은 ‘흔들림’이 적은 IT업종의 강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KOTRA의 ‘2003 수출전망 보고서’는 중국·홍콩산 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노동집약형 제품에 비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품질·기술집약적 제품들이 환율변화 영향이 비교적 적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도체·무선통신기기·자동차·컴퓨터·기계류 등은 작년대비 수출신장이 예상되며 특히 무선통신기기·자동차·자동차부품 등은 20% 이상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원화강세의 품목별 영향=다행히 수출호조품목인 반도체·무선통신기기·컴퓨터 등 IT분야와 컴퓨터, 기계류, 선박 등은 환율변화에 비교적 영향이 적은 품질 및 기술집약적인 제품이다. 따라서 올해 수출은 IT분야인 이들 제품이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KOTRA가 해외무역관 및 지상사, 바이어 등을 상대로 조사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무선통신기기는 작년 대비 31.1% 증가가 기대된다. 이는 IT기업들이 미리 연간 예상환율을 낮게 잡은 데다 영업이익이 많이 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도체도 환율보다는 시장가격변동의 영향이 큰 산업이기 때문에 8월부터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재상승한다면 채산성 부분에서 커다란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는 수출가격이 6개월 단위로 선행 결정되기 때문에 연말까지 물량 축소 등의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철강제품의 가격경쟁 적정 환율은 1달러당 1250원으로 1200원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경쟁력의 급속 악화가 우려된다. 석유(정밀)화학제품도 가격부담으로 인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물 및 섬유제품은 원화 강세를 바이어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수출단가에 반영할 수 없어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가격경쟁력이 있는 저코스트 생산국가로의 아웃소싱과 생산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화강세의 수출 시장별 영향=유로화 통화지역과 영국·일본·인도네시아·싱가포르·호주 등 현지화 결제지역 및 현지화 동반 강세 지역은 단기적으로는 환율불안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국 투자확대와 중국시장 수요급팽창으로 한국산 원부자재 수요가 확대 추세에 있는 데다 원화의 대달러 환율변동에 별 영향이 없어 앞으로도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9월말 현재 대중수출은 231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7% 이상 급신장했다.
그러나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말레이시아·이란·UAE 등 달러화 결제지역 및 현지화 약세 지역은 수출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영향권에 있는 중남미 지역 수출은 매우 불안하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시장 등에서 미국산과 경쟁해야 함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의 환율 안정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경쟁력 확보가능한 환율수준=우리나라 해외 지·상사들이 기대하는 경쟁력있는 환율 수준은 1달러당 약 1200원으로 나타났다. 해외지상사들은 1달러당 1150원 수준은 수용 가능하나, 1달러당 1100원대 이하로 절상되는 경우는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1000원대로 진입할 경우는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업들은 유로화 등 강세통화로 결제통화 다변화, 장기계약을 통한 수출가격 안정화, 매칭 및 헤징거래 등을 통한 환율 변동 리스크 흡수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강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환율이 안정돼 있는 중국 등으로 생산기반 이전 및 소싱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환율 영향 적은 IT가 `효자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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