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의 저가공세 및 해킹박스의 시장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동시장에서 정상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당 30달러의 무료수신방송용(FTA) 셋톱박스를 판매하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공세와 전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료방송수신용(CAS·CI) 해킹박스 유통의 영향으로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의 중동지역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이라크 특수를 위해 셋톱박스를 대거 수입해던 중동지역 바이어들이 재고 부담을 우려해 최근 들어 주문량을 줄이면서 국내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과수요로 인해 셋톱박스 생산라인을 풀가동했던 몇몇 업체들은 최근 최저 75% 수준까지 공장 가동률을 줄이면서 시장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올 3분기 중동시장에서 2분기 대비 40% 줄어든 1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휴맥스(변대규)는 현재 75∼80% 수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변대규 사장은 “올 4분기에도 전체 매출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일본시장, 에코스타가 디렉TV를 인수한 미국시장의 매출 증가분이 중동시장 매출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6월 두달간 월평균 10만대를 생산했던 이엠테크닉스(대표 신욱순)도 10월들어 공장가동률을 85% 수준으로 줄이면서 한달 평균 8만5000대를 생산중이다.
최저 30달러 수준의 FTA 셋톱박스를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평균 60달러 수준에 셋톱박스를 판매해 왔던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는 데다 100달러 이상의 정상적인 CAS 제품은 해킹박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욱순 이엠테크닉스 사장은 “많은 재고를 갖고 있는 현지 바이어들이 발주를 내지 않으면서 공장가동률이 예년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며 “내년부터 자가브랜드 도입과 중국 공장 마련을 통해 유럽 및 중국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