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KT와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투자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어 지난 2000년을 정점으로 4년 연속 투자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계획에 준거해 사업계획을 수립해온 장비업계는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선사업자 투자 감소=KT의 경우 현재 올해 수준인 2조40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나 예상과는 달리 무선랜 등의 사업이 부진해 더 이상의 투자계획을 잡기에는 무리라는 게 내부의 분위기다. KT는 지난 2000년 3조4593억원, 2001년 3조5127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3조100억원, 올해 2조4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보다 줄어든 규모를 설정, 사업부별 예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안이 통과됐지만 인터넷전화·유선전화(번호이동성에 대비한)·전용선사업·광동축혼합망(HFC) 등에 3000억원만을 투자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두루넷의 인수에 성공할 경우 망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천명, 다소 늘어날 여지는 있다. 데이콤과 파워콤은 각각 올해와 비슷한 1300억원, 2100억∼2500억원선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두루넷·온세통신 등 법정관리중인 통신사업자는 올해의 투자규모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사업자 투자 정체=SK텔레콤은 올해 수준인 1조95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5000억원, 올해 2조원(예상) 등 막대한 순익을 올리는 데 비해 투자는 이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순익은 KT보다 큰 규모인 데도 투자는 KT의 절반 수준을 넘는 데 불과하다. SK텔레콤은 3세대 WCDMA 투자 요인이 없다는 점을 들어 기존 망업그레이드·멀티미디어서비스 등에만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후발주자군인 KTF와 LG텔레콤은 올해 수준 이상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KTF는 내년에 올해 수준인 1조2000억원 이상의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목표이고 LG텔레콤도 4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투자감소 요인과 전망=무엇보다 경기부진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유선사업자의 경우 무선랜사업과 신규사업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고, 무선사업자의 경우 3세대 WCDMA 등의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다.
물론 유선사업자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의 경쟁 요인이 남아 있고, 무선사업자의 경우 번호이동성에 대한 투자요인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마케팅 강화에 치중할 전망이어서 설비투자에 대한 업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비업계와 IT산업계는 이같은 점을 들어 정부가 앞장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마련과 시장환경 조성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서한기자 hseo@etnews.co.kr>
장비업체 장기침체 탈출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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