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화 시장이 대형 SI업체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삼성SDS와 LG CNS, 현대정보기술, 한진정보통신 등 SI업체들은 처방전달시스템(OCS)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분야 전문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의료 정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국내 병원들이 경쟁력 향상의 수단으로 의료정보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자 병원정보화 시장이 SI업체들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여기에 의료정보화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I 업체들의 시장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SI 업계와 의료 정보 전문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의료정보 전문업체들과 SI업체간 시장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형 SI 업체들이 의료 정보화 시장에서 대형 병원을 잇따라 정복한 데 이어 중소형 병원 시장까지 공략하면서 전문업체와의 사활을 건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대형 병원 시장에서 SI 업체에 밀려 명맥을 유지해오던 전문업체들은 중소 의료 시장마저 SI업체에 빼앗길 경우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의료 정보화 시장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총 150억원 규모의 경희의료원 ERM 구축 프로젝트 사업은 삼성SDS와 LGCNS간 대형 SI 업체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당초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SDS와 LGCNS 외에 비트컴퓨터 등 총 5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3개 업체는 기술 평가 과정에서 탈락했다. 또 100억원이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림대 의료원 및 산하 5개 병원의 차세대 종합의료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도 삼성SDS·LG CNS·한진정보통신등이 단독 혹은 전문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제안서를 제출, 불꽃튀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SI 업체들은 의료 정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삼성SDS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닷넷(.Net) 기반 의료정보 솔루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SDS는 올해 안에 발주가 예상되는 연세대 의료원의 EMR·OCS 및 데이터웨어하우스·지식경영시스템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는 복안이다.
PACS 전문업체 인피니트테크놀로지와의 지분 투자를 포함한 포괄적 제휴를 맺은 LGCNS는 EMR 전문업체 하이케어시스템즈와도 제휴를 맺는 등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중앙병원과 한양대병원 등 대형병원 종합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온 현대정보기술은 EMR 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대형병원과 공동으로 EMR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 한진정보통신은 PACS 전문업체 마로테크와 제휴를 통해, 한화S&C는 대구 동산병원과 공동으로 EMR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는 등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이같은 대형SI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의료정보 전문업체 사이에서는 이들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SI업체들이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진출을 미루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며 “대형 SI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의료정보 기술을 개발할 경우 중소 시장마저 잠식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의료정보화 사업에 있어 대형 SI업체들은 자본과 마케팅 부문을 전담하고 전문업체들은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식으로 역할을 구분한다면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고 희망적인 분석을 내놨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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