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대부 사기 `비상`

상인에 "정책자금 저리로 빌려준다" 사기

 주요 집단 전자상가가 ‘사기성’ 정책 자금으로 비상이 걸렸다.

 30일 용산·국제전자센터 등 주요 집단 전자상가에 따르면 불황 여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매장을 겨냥해 정책자금 형태로 저리로 사업 자금을 빌려준다는 식의 대부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기 보다는 이자 명목으로 일부를 선금으로 받은 후 사라지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상우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성 자금이 풀리고 있는 점을 겨냥해 더욱 활개를 치고 있어 가뜩이나 불황으로 우울한 상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전자센터의 한 관계자는 “상인들이 듣기에 솔깃할 정도로 좋은 조건에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식의 제안이 간혹 들어오고 있다”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약정을 맺고 선급금 형태로 이자를 지불하면 사라져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책성 자금 뿐 아니라 사채업자 등을 통한 사기성 개인 자금도 성행하는 상황이다. 이들 개인 자금은 대부분 시중 금리인 6∼7%의 절반도 안되는 1∼2%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기로 끝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용산 전자단지내 한 상인은 “40억∼50억원대 규모의 자금이 몇 개 떠돌아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며 “몇 백, 몇 천만원이라도 빌려 급한 불을 끄려는 상인들이 이런 자금에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자금으로 피해를 본 상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주요 선거를 앞두고 도는 자금을 빌리려고 하다가 사기를 당하는 있다는 것이다. 돈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계약 성사 마무리 단계에서 선이자 등을 납부하라고 한 뒤 잠적해 버리는 수법이 대부분이다. 피해를 본 사람이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수의 상인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상우회 측은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우회는 주요 매장에 공문을 보내 사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사기성 자금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자상가를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HIH법률사무소 측은 “선거 때만 되면 몇 백 억대의 자금이 떠돌아 다닌다”며 “대부분 실체가 없는 자금으로 막상 확인하려고 하면 담당자가 종적을 감추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