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회장 공석 언제까지…

 김대중정부 초기인 지난 99년 11월, 김각중 경방회장은 김우중 회장이 중도사퇴한 전경련 회장자리에 추대됐다.

 그리고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11월, 강신호 동아제약회장은 손길승 회장이 중도사퇴한 전경련 회장자리에 추대됐다. 그런데 추대된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장단 가운데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만으로 추대됐다. 세간의 관심은 4년전부터 강 회장이 과연 김 회장처럼 전경련 회장대행직을 수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경련 한관계자는 “내일이라도 누군가 회장으로 나설 수 있고 그 기간동안 강 회장대행이 맡는 것”이라며 현 상황이 공석이 아니라 ‘대행체제’라고 강조했다.

 만약 강 회장이 회장대행을 수락하면 당분간 회장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것까지 4년전과 유사하다. 그러나 정식 회장 옹립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행체제는 99년과 마찬가지로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김각중 회장처럼 강 회장이 차기 회장을 맡게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강신호 회장이 회장대행도 마다하고 있는 마당에 회장추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김각중 회장이 그랬듯이 ‘회장단과 고문단이 추대하고 총회에서 선출하면 수락하는 전경련의 아름다운 전통’에 따라 4년전 김각중회장과 똑같은 길을 갈 개연성도 있다.

 회장대행에 추대된 지 3일째. 강신호회장은 잠적을 불사하는 강력한 고사의사를 표명하면서 전경련 회장자리는 공석 아닌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경련은 안으로 감춰진 골병 만큼이나 대외에 보여지는 모양새도 병색이 역력해졌다.

 지난 60년대의 경제개발시대 이후 전경련은 대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위상이 하늘을 찔렀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 회장과 고 최종현 SK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한 성장신화의 주역들이 전경련 수장으로 있을 당시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전경련 재건을 위해 필요했던 실세회장 옹립에도 실패하고 대행회장직마저도 모두 마다하는 마당에 전경련이 리더십과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전경련이 재계 대표단체의 자리도 내놔야 할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회장대행 구하기에도 급급한 전경련으로서는 이제 내부에서 조차도 빅3 실세회장 모시기는 ‘물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 집행부가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만들어 놓아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과연 전경련이 2003년의 ‘지독한 고통’을 딛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빨 빠진 호랑이로 명맥 유지에 급급할 지, 전경련의 난국 돌파 해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