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 정보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위해 수많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및 국회의원 등을 쫓아다녔지만 현안들은 해결된 게 별로 없습니다.”
지난달 31일 장애인 단체 관계자와 관련 분야 교수 및 업계 관계자 30여명이 모인 ‘정보통신접근성향상표준화포럼’ 월례 세미나 자리에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은 이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격차(digital divide) 문제가 국제사회의 핫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작 국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표적인 정보소외계층인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격차 해소 정책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맞물려 몇년째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각한 정보격차 현안=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이미 대중화된 정보통신 서비스조차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 대부분이 비 장애인을 기준으로 개발되고 있어 장애인은 별도로 개발된 값비싼 기기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미 개발된 제품들도 성능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능 개선 및 표준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화중계서비스(TRS) △휴대폰 진동 강도 제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발신자번호 음성제공서비스 △스크린리더 핫키 통일 △디지털 녹음방식 표준화 △디지털 도서관 입력방식 통일 △공중파 방송의 자막 및 수화방송 확대 등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성일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장애인들도 정보통신기기 사용시 불편이 없도록 통상산업성(METI) 주도로 보편적 설계 표준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산업자원부의 무관심으로 완전히 방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허울뿐인 장애인 정보 격차 해소 정책=지난해 디지털 복지사회 구현을 목표로 장애인 복지 5개년 계획(2003∼2007년)이 수립된데 이어 참여정부도 3대 국정목표에 ‘더불어 사는 균형사회 발전’을 포함시켰다. 12대 국정과제에도 ‘참여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이 명시돼 있다.
또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정부기관 웹사이트 작성지침(행자부), 행정사무 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 표준규격, 무인정보단말기 구현지침 등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관련 법률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그러나 관련 법률 및 지원 정책들은 정부의 법 집행 의지 부족으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거나 전시행정들로 가득차 있어 수년째 현안 해결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보격차해소위원회,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 등 관련 정부 기구도 고작해야 1년에 한번 정도 열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개정·시행된 저작권법만해도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조항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달 발표한 ‘장애인을 위한 지적재산권법 개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의 디지털도서관 자료대여와 관련해 제한규정을 고치고 장애인에 한해 텍스트파일도 복제가 가능토록 하며 영리기관도 자료제공이 가능토록 하는 등의 재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은 “장애인 단체 주도로 종합적인 개혁방안을 만들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일괄 해결하는 방안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촉구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디지털 세상에도 평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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