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유통시장 지각변동 조짐

피씨디렉트 인텔과 주기판 대리점 계약

 마이크로프로세서 유통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AMD 마이크로프로세서 유통의 선두업체였던 피씨디렉트가 최근 인텔코리아와 주기판 및 네트워크장비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유통업계의 연쇄 ‘자리 바꿈’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후발 유통업체인 윈트로닉스가 공격 경영에 힘입어 공급물량을 크게 확대하면서 선두업체를 바짝 추격하는 등 기존 시장 구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AMD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급해온 피씨디렉트는 지난 달 인텔과 주기판 및 네트워크장비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며 두 경쟁사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유통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피씨디렉트가 궁극적으로 인텔의 마이크프로세서 제품도 공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로 피씨디렉트는 인텔코리아와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서 올 연말까지 2만장에 가까운 주기판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주기판 대리점의 월 판매량이 2000∼3000장 수준임에 비춰볼 때 무려 2배가 넘는 판매 목표 수치다. 피씨디렉트는 주기판 판매를 통해 자사 유통력을 과시한 후 궁극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유통권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삼테크·인텍앤컴퍼니·제이씨현시스템 등 인텔 대리점 ‘빅3’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실적이 부진한 업체가 탈락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다.

 AMD 프로세서 시장도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씨디렉트는 그동안 승전상사·윈트로닉스 등 3곳의 AMD 대리점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업체였으나 인텔 대리점을 겸하면서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피씨디렉트가 인텔과의 계약 문제로 판매가 주춤한 사이 후발주자인 윈트로닉스가 유통 시장 판매고를 크게 끌어올려 3사간 격차가 크게 줄며 ‘3파전’ 양상으로 점유율이 변했다.

 여기에 관행상 인텔과 AMD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업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피씨디렉트가 AMD 대리점에서 이탈하고 다른 신규업체가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비록 AMD코리아와 피씨디렉트측은 파트너 관계에 별다른 변동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조와 유통사가 긴밀하게 협력해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사 대리점을 겸하고 있는 업체와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물류비에 비해 매출 효과가 커 모든 유통업체의 관심 품목”이라며 “피씨디렉트가 인텔 진영에 가세하면서 제조사에 확실한 눈도장을 받으려는 대리점끼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