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AIG·뉴브리지 외자의 승리로 일단락됐던 하나로통신 사태가 LG그룹의 내년초로 예정된 두루넷 인수전을 앞두고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주총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LG는 이르면 이번주중 두루넷 인수를 포함한 그룹 통신사업의 새 밑그림을 수립하고 이를 계기로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잡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외자유치를 계기로 경영정상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후발사업자 구조조정의 열쇠를 쥔 하나로통신과 LG의 세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법정관리 상태인 두루넷의 인수방향이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최종 결정판이 될 것으로 보고 관심있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LG그룹의 선택=사실상 하나로통신을 놓친 LG로서는 두루넷 인수여부가 그룹 통신사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달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직후 데이콤 박운서 회장은 “두루넷은 물론 온세통신까지도 인수하겠다”며 확언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절박함의 표현이다.
LG그룹이 이처럼 두루넷 인수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룹의 유선사업이 하나로통신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사업구조와 시장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던 LG그룹과 하나로통신의 사업제휴 방안은 실제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하나로통신은 향후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통해 KT와 경쟁해야 하고, 데이콤 또한 초고속인터넷과 복합서비스에 미래 생존을 걸어야 하는 마당에 각자가 개인과 기업으로 시장을 분할하자는 식의 타협이 가능하겠느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특히 하나로통신이 13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반의 두루넷마저 가져갈 경우 안정적인 사업·재무구조를 갖춘 LG의 파워콤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파워콤의 3대 메이저 고객사 가운데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룹 유선사업의 성장엔진을 위해서나, 하나로통신의 압박전략 측면에서도 LG는 두루넷 인수를 못박고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LG는 외자유치 파트너인 칼라일측과 두루넷 인수논의를 진전하는 한편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비교적 자금여력이 있는 파워콤을 동원하는 등 다각적인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의 조심스런 행보=하나로통신도 두루넷 인수여부가 제2의 도약이냐, 영원한 후발사업자로 남을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 삼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지만 지난 주총과정에서 LG와의 맞대결이 결국 감정싸움까지 촉발한만큼 현재로선 속내를 드러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나로통신이 “데이콤과의 주식교환이나 지속적인 사업협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고, 2대주주인 LG그룹 달래기에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은 겉으로는 LG와의 사업제휴를 모색하는 가운데 두루넷 인수를 위한 물밑 탐색에 내부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LG가 총력전을 펼친다면 두루넷 인수에 엄청난 차질이 예상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만에 하나 두루넷을 놓치게 된다면 내년부터 자가망(케이블) 구축이라는 부담스런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