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강수연(38)이 카리스마 넘치는 여검사 ‘오현주’로 오래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99년 ‘송어’ 이후 4년만이다.
SBS드라마 ‘여인천하’를 통해 천하를 호령하던 여인 ‘정난정’이 영화 ‘써클’에서는 예리한 여 검사로 변신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긴머리도 싹둑 잘랐고, 몸도 늘씬해졌다. 터프한 복장에서 노출되는 볼륨감있는 몸매를 위해 매일 4시간 이상 강도높게 운동을 했단다.
“솔직히 흥행보다는 작품성 있는 작품을 선택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저도 25년의 연기경험과 경력을 한 편의 영화에 쏟아부을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영화를 찾느라고 고심했죠. 그리고 저를 180도 변신시킬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죠. ‘써클’이 바로 그런 영화라고 판단했고, 촬영 내내 제 변신에 가슴이 설렜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가 선택한 영화 ‘써클’은 미스테리 멜로물로 첨단 과학기술로도 구명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섯 명의 여인을 살해하고 이 시체에 그림을 그리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던 연쇄살인범 ‘조명구(정웅인 분)’가 여섯 번째 범행을 저지른 현장에서 검거되고, 열혈 여검사 오현주는 명구의 유죄를 확신하며 사형을 주장한다. 이에 맞서 현주의 대학동창이자 과거의 연인이었던 ‘윤병두(전재룡 분)’가 국선 변호를 자원한다. 이때 명구의 애인 ‘미향’이 등장해 명부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면술을 통해 ‘명구’와 ‘미향’이 일제시대 때 강원도 산 속에서 추운 겨울 성행위 도중 성기가 빠지지 않은 채 얼어죽은 ‘광림’과 ‘산홍’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든다.
대중성보다는 작품 중심으로 출연했던 그답게 영화 ‘써클’도 이야기 흐름이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가 출연한 것 치고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 별로 없다. 이에 대해 그는 “물론 제가 출연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좋으면 기쁘겠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 ‘강수연이기에 잘 할 수 있었다’는 소리를 듣는 작품에 출연할 것”이라고 소신을 내비친다.
하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흥행에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인 만큼 신세대들로부터의 반향이 있을 것이라는 직감 때문이다.
“이 영화는 누구나 한 번은 관심을 가졌을 귀신, 전생 이야기에 공포가 가미된 드라마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고, 과학기술로도 구명할 수 없는 뭔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 주죠. 정해진 틀에 박혀 살아가는 현대인의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적셔줄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합니다.”
평소에는 부드럽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무서운’ 여자로 돌변한다는 그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여인천하’를 통해 안방극장을 평정한 그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영화 ‘써클’은 그 바람을 풀어주기에 충분할 것 같다. 14일 개봉 예정.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