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스토리지 시장을 벤처기업이 떠 맡는다.
컴퓨팅 하드웨어 시장에서 인텔 아키텍처(IA) 서버와 국산이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토리지 분야에서 기존 국산 전문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후발 벤처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국산 스토리지 시장에서 중심축이 후발 벤처기업으로 옮겨 가는 판도 변화가 내년 이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스토리지 업계 최악의 한해=스토리지 시장은 한국EMC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대형 시스템을 무기로 전체 시장을 과점해왔다. 다만 중소형 시스템을 비롯한 틈새 시장의 경우 국산 전문기업들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보여왔다.
특히 NAS 분야나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ATA 기술이 부각되면서 국산 업체들의 약진이 점쳐졌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중대형 시스템 위주로 사업을 벌였던 다국적 기업들이 중소형과 틈새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국산 업체들은 IMF외환위기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대형 벤더들의 엄청난 가격공세까지 가세해 대부분 기업들은 목표했던 매출의 절반 수준도 못미치는 실적을 올리며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대표 주자가 바뀐다=올 상반기 실적이 호전되며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였던 넷컴스토리지는 결국 지난 7월 대주주가 바뀐 이후 결국 자체 제품을 포기하고 외산 제품을 유통하는 형태로 사업 구조를 바꾸었다. 현대 계열이엇던 현대데이타텍에서 분사한 현대데이타넷도 10월 1일부로 청산 절차를 밟으며 최근 직원들이 모두 퇴사했다.
당초 지난 10월에 중형급 NAS 장비 ‘ST1000’을 출시하고 스토리지 사업을 본격 벌이기로 했던 삼성전자 역시 모든 일정을 유보시킨 상태다. 삼성전자는 EMC와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의 장비를 유통하는 수준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자체 제품을 가져갈지 불투명하다.
IDE핵심 컨트롤러에 기반한 ‘CRL500’을 개발, 해외시장에 주력해 주목을 받은 디스크뱅크도 기술인력 대부분이 올 초 출발한 웨이브그램이란 신생업체로 옮겨간 상태. 현재는 웨이브그램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만 자체 후속 제품이 출시될지 지켜봐야 한다.
◇후발 벤처의 행보에 주목=선발 국산 업체들의 사업 축소나 포기로 생긴 시장 공백을 후발 벤처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정상화되고 있는 유니와이드는 서버 사업에서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스토리지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스토리지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본격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이 분야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아라리온은 유일하게 국내 기업 중 스토리지 분야에서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ASCI 업체에서 출발한 만큼 칩·칩세트 분야의 경쟁력이 높아 스토리지 완제품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조금만 쌓으면 국산 스토리지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리얼ATA 제품으로 내년을 기약한다=엑사큐브시스템을 비롯해 에스오에스정보통신, 인사이트테크놀로지, 맑은기술, 웨이브그램 등 국산 전문기업들 역시 내년에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각오로 히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연말과 내년초 전송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시리얼 ATA 방식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대부분은 올해 30억원 수준에 머물 매출을 내년에는 2배 정도로 크게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에스오에스정보통신의 송국 상무는 “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영업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금융권이나 대기업에 제품이 공급돼 안정적으로 사용되고 사례와 사용현황을 알려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유니와이드·아라리온 등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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