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억6000만명의 아시아 3위 경제대국인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도는 IT산업에서 해마다 20∼30%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올해 소프트웨어 개발·서비스 수출이 120억달러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풍부한 고급 IT인력과 세계적인 수준의 IT솔루션 개발 기술, 정부의 적극적인 IT육성책은 인도 IT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동시에 세계 유수 다국적기업들을 인도로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더욱이 해마다 8만여명이 새로 쏟아져 나오는 인도의 IT인력은 상대적으로 값싼 인건비와 고급 기술력, 영어를 무기로 미국은 물론 유럽·아시아로 뻗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인도는 ‘세계의 소프트웨어 공장’과 ‘아웃소싱 서비스 기지’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인도 IT산업을 선봉에서 이끌고 있는 중남부 도시 하이데라바드와 인도계 세계적인 종합 IT솔루션서비스회사인 새티암컴퓨터서비스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인도 도시중 방갈로르·하이데라바드·첸나이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IT산업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내 대표적인 도시라는 점이다. 이중 400년의 역사와 인구 300만명를 가진 하이데라바드는 인도 남부에 위치한 방갈로르·첸나이와 함께 인도 ‘IT 삼각지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방갈로르가 인도 IT산업의 ‘메카’라면 하이데라바드는 첸나이와 함께 신흥 IT산업 중심지로 꼽힌다.
인도 최대 곡창지역인 안드라 프라데쉬(AP) 주(州)도인 하이데라바드가 인도 ‘IT 삼각지대’에 속하게된 데는 IT산업단지인 ‘하이텍 시티’가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인포 하이웨이’로도 불리는 하이텍(Hyderabad Information Technology Engineering Consultancy) 시티는 AP 주정부가 IT를 지렛대 삼아 경제발전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탄생시킨 ‘정보기술 센터 십자군’으로 비유되고 있다.
하이데라바드시 서쪽에 1998년말 처음 문을 연 하이텍 시티에는 사이버 게이트웨이·사이버 타워와 같은 첨단 이미지를 살린 이름의 빌딩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에 걸맞게 첨단 유·무선통신 인프라는 물론 각종 복지·주거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다. AP 주정부의 란디프 수단 주지사 특별보좌관(전 IT&커뮤니케이션 보좌관)은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세 할인, 건축 인지세 100% 감면, 투자보조금, 전력요금 할인과 같은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또 하이데라바드가 인도공대(IIIT)·인도경영학교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서 유능한 IT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는 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곳에는 GE캐피털·마이크로소프트·IBM·오라클·도시바·반·인터그래프·모토로라·에릭슨·HSBC은행 등 미국·유럽·일본계 유수 IT·제조·통신·금융회사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약 1만명의 인도 인력을 채용해 솔루션 개발과 서비스센터·콜센터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근에 생명공학(BT) 벤처기업들이 모인 ‘게놈 밸리’도 꿈틀대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데라바드는 ‘사이버 라바드’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하이데라바드 공항에서 차로 30분이 소요되는 하이텍 시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하이텍 시티 개발사인 L&T인포시티의 R 스라다란 총괄마케팅 부장은 “하이데라바드에서 증가하는 IT단지 수요에 맞춰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소프트웨어디자인하우스·콜센터를 위한 5000명 수용 규모의 ‘사이버 펄’ 빌딩을 신축중”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저녁 8시에 찾은 ‘사이버 게이트웨이’는 불을 환히 밝힌 채 엔지니어들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에 여념이 없었다.
사이버 게이트웨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인도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회사인 니푸나의 프라카시 찰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통신·반도체·제조·보험분야 다국적기업 8개사에게 IT솔루션 개발과 헬프데스크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콘택트센터·헬프데스크 위탁 계약증가로 내년 초까지 1000개의 좌석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데라바드가 IT산업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배경은 1995년부터 AP주를 이끌고 있는 찬드라바부 나이두 주지사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새티암의 커뮤니케이션부장인 람나스 페딘티는 “인도내 주지사중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보고를 받을 만큼 IT에 해박한 나이두 주지사는 IT를 지렛대 삼아 AP주의 경제발전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찬드라바부 나이두 주지사는 하버드대학·맥킨지의 자문을 받아 수립한 경제부흥 마스터플랜 ‘비전 2020’ 실현의 지름길이 IT발전에 있다는 신념아래 미국·유럽으로 날아가 다국적기업 유치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MS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하이데라바드에 소프트웨어개발센터를 설립토록 하는 성과를 올렸다. 3주전 정치적 반대파로부터의 총격 암살시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총선에서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그가 AP주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한 하이데라바드가 세계적인 IT기지로 발돋움하는 것도 요원치 않아 보인다.
<하이데라바드(인도)=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