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안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일궈낸 분야는 단연 가상사설망(VPN)이다. 대부분의 보안솔루션이 인터넷 침해사고를 대비하는 ‘보험’ 성격이 강한 반면 VPN은 도입과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수요 확대로 인해 국내 업체는 물론 외국 업체도 경쟁적으로 VPN 시장에 진출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일반적인 VPN에 비해 더욱 비용 절감 효과가 큰 SSL VPN이 등장해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 SSL VPN은 초기 단계지만 주로 외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리넷(대표 김진영 http://www.torinet.co.kr)은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SSL VPN 상용화 솔루션을 출시해 주목을 받고 있는 신생 벤처다. 올해 1월 법인 등록을 했으니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셈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탄탄한 기술력.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김진영 사장(36)이 대우통신과 라오넷을 거치면서 인연을 맺은 핵심 엔지니어 6명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에 네트워크 보안 기술력 하나 만큼은 어느 벤처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 결과가 지난 8월 개발 완료한 SSL VPN 솔루션 ‘SG-1000’이다. 이 제품은 기존 VPN솔루션과 달리 PC에 별도의 VPN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익스플로러와 같은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VPN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비용이 적게 들뿐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기가비트 네트워크 환경을 지원하며 데이터 처리를 빠르게 하는 SSL 가속 기능을 갖추고 있는 등 외국 SSL VPN에서도 보기 힘든 성능을 자랑한다.
이러한 기술력 때문에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장비를 아웃소싱으로 개발했으며 다른 업체의 VPN 제품을 대신 개발해준 사례도 있어 이미 업계에서는 VPN 시장의 ‘무서운 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력 이외에 이 회사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발 이외의 모든 부문을 아웃소싱한다는 점이다. 영업은 물론 마케팅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최대한 몸집을 작게 가져나가면서 탄력적인 조직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SG-2000’ 개발을 마무리짓고 하반기에는 L4 스위치 환경과 공인인증서 환경을 지원하는 ‘SG-4000’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주요 네트워크 보안 업체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 인터뷰 - 김진영 사장
“국내 보안 분야 벤처 가운데 실제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많았다면 보안 시장이 이렇게 부진을 면치 못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김진영 사장은 벤처의 가장 큰 경쟁력인 기술력을 놓치고서는 사업의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확신한다. 실제 많은 보안 업체의 제품을 분석해본 결과 의외로 외국 기술을 약간 바꾼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아직 개발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업실적은 일천하지만 김 사장은 “연내에 가시적인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의욕을 감추지 않는다. 현재 KT를 비롯해 몇몇 주요 대학과 제품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김 사장은 내년에 차기 제품을 출시해 외국 유수 업체와의 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는 각오다. 또 내년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마련된다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자신은 개발에 전념할 의지도 밝혔다. 아직 초기 단계인 SSL VPN 시장에서 국내 전무 업체인 토리넷의 행보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