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격으로 신규 참여 업체가 늘어나면서 가상사설망(VPN)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최근까지 10여개 업체가 VPN 시장에 새로 참여해 현재 20여개 업체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맘때 국내에서 VPN 사업을 벌였던 업체가 6∼7개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시장 참여 업체가 3배 정도로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인프니스와 넥스지가 상반기에 KT와 데이콤 등 대형 통신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VPN 임대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정소프트도 VPN 제품을 출시했다. 하반기에 들어서 PC보안업체인 닉스테크와 네트워크보안업체인 토리넷, 제이씨현시스템까지 VPN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외국 업체의 경우 대형 업체에 이어 중소 VPN 업체까지 가세했다. 네오테리스와 어레이네트웍스가 각각 지사를 설립했으며 아벤테일은 국내 업체인 미디어윌테크놀리지와 협력해 국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들어 VPN이 불황기에 적합한 틈새 시장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규 참여 업체가 전체 시장 성장세를 웃도는 숫자만큼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에 따른 솔루션 가격 하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VPN 업계 전체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VPN 제품 가격은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해야 하는 후발 주자들이 제품 가격을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관행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후발 VPN 업체의 영업 이사는 “그나마 선발 업체들은 인지도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기전까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 앞으로 출혈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욱이 후발주자 가운데 일부 업체는 자체 개발이 아닌 대만 등지에서 수입한 하드웨어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하면 전체 VPN 제품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VPN 업체의 대표는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방화벽 시장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업체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고객들은 과연 어느 제품이 네트워크의 안전과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