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 개방이 현실화되면서 무선인터넷 콘텐츠(CP)업계에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벨소리·캐릭터서비스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왔던 이들이 사업자간 경쟁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위협받는 한편 대형 포털이 덩치를 앞세워 망개방의 일선에 나서면서 고유영역마저 빼앗길 위기에 몰리고 있다. 망개방이라는 추세 속에 살아남기 위해 무선인터넷업계는 지금 ‘포털로의 진화냐, 특화전략의 고수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왜 고민인가=생존과 성장을 함께 추구해야 할 상황이 이들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다음·NHN·네오위즈 등 거물 포털들이 대부분 모바일용 벨소리와 캐릭터서비스를 자체 제공하면서 무선망 개방의 수혜마저 독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업초기부터 쌓아온 벨소리 다운로드·통화연결음 서비스·캐릭터 등의 고유영역을 가만히 앉아서 빼앗길 수는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무선인터넷업계가 업체 난립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손쉽게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 수 있는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임이나 커뮤니티를 가미한 무선인터넷 전문포털로 성장하려면 일정 정도의 투자가 불가피하고 포털 오픈 이후에도 대대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쉽사리 그 결정을 내릴 만큼의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현황은=개별 업체들의 움직임도 갈라지고 있다. 포털 등 웹사업 강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추진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전문화에 치중하는 쪽이 상존한다.
업계 선두주자인 다날(대표 박성찬)은 웹사업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선영 경영지원부 부장은 “무선망 개방이라는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위해 웹부문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형 포털과의 직접 경쟁은 피하면서도, 전문영역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웹사업 방어책은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포허브(대표 이종일)의 전략은 약간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게임 등 콘텐츠를 붙여 온라인 강화를 추진해보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따라서 상품 기획력과 전문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홍선경 PR팀장은 “벨소리, 캐릭터 등 전문영역의 별개 상품을 묶거나 재구성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다”고 말했다.
◇방향과 대안=물론 어느 방법에도 정답은 없다. 업체들도 포털과 전문화 중 어느 한쪽은 버리고 한쪽에만 치중할 형편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뤄져오던 온라인 콘텐츠 유통환경을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는 노력에 아울러 지속적인 전문서비스 영역의 발굴이 필수적이다.
또 무선망 개방의 실질적인 주체가 이동전화사업자들이란 점은 망개방 경쟁에 있어 무선인터넷업계가 포털보다는 좀더 유리한 위치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이동전화사업자와의 오랜 사업 경험, 유대 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게 요구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