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보급은 인간의 생활상에 일대 혁명과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류 역사상 전 지구에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아무런 규제 없이 서로 대화를 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개인의 정보를 아무런 통제 없이 공유할 수 있는 현실이 열렸다.
전자상거래와 금융거래, 정보의 확대 및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필자가 보기에 인류의 역사 이래 끊임없이 계속돼 온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력과 개별 인간간의 종속적지배적 관계가 단절된 것이 인터넷이 이룬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넷은 익명성과 편의성, 탈통제성, 전파용이성 등의 특성으로 인해 한 개인의 표현된 의사가 무한히 확대 재생산되며 전파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과 탈통제성이라는 자유의 영역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무책임한 비방, 근거 없는 루머의 유포, 인격에 대한 악의적인 욕설 등으로 타인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라는 부정적 현실도 생산하게 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사건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심한 경우 구속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특별규정을 마련했다(동법 제61조 제1항). 나아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가중처벌을 명시하고 있다(동법 제61조 제2항).
징역 3년, 또는 징역 7년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생각할 때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욕설을 하고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조금은 자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형사처벌의 문제만이 아니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인터넷서비스 제공자 역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서울지방법원 2001. 4. 27. 선고 99나74113 판결).
인터넷을 통해 어린 소녀들과 원조교제를 꿈꾸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을 악용해 타인에 대한 터무니 없는 허위 비방을 하는 그릇된 자유의 영역은 처벌이라는 이름의 법적 규제를 통해 점점 좁아지게 된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이 주는 익명성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익명성의 그늘을 지워 나가야 한다.
하일호(변호사 kan@hih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