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32)IT기업들 `나눔의 현장`(하)

 “놀라운 선물이었어요. 컴퓨터가 우리 교실에 설치된 첫 날, 사양이 뭔지, 성능은 어떤지, LCD인지, 평면인지,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알아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인천혜광학교 중학부 일동 )

 LG그룹으로부터 컴퓨터를 기증받은 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로부터 온 편지다.

 LG복지재단은 지난 9월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를 통해 전국 13개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컴퓨터 59대와 독서확대기 18대 등 총 1억5000만원 상당의 시각장애인 교육용 기자재를 기증했다. 이번 기자재 기증으로 혜택을 받게 되는 학생은 13개 학교 1600여명에 이른다.

 LG복지재단이 이번에 기증한 컴퓨터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이 가능하며, 독서확대기는 받침대에 책을 올려놓으면 광학장치를 통해 확대된 글씨가 모니터에 표시돼 저시력자의 독서를 돕게 된다.

 기증된 최신형 컴퓨터와 독서확대기는 이들이 인터넷과 전자우편을 사용해 도서 자료를 폭넓게 활용,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정보접근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함으로써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LG공익재단 오종희 총괄부사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정보화 시대에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수교육용 기자재를 기증하게 됐다”며 “볼 수 없다고 해서 소질과 재능마저 없는게 아니므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LG복지재단은 지난 91년 설립 당시 전국 13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와 6개 점자도서관에 점자프린터, 컴퓨터, 음성기기 등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6억8000만원 상당의 시각장애인 교육용 기자재를 지원했다.

 지난 주말 놀이공원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사랑과 봉사의 계절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내수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정보기술(IT) 경기도 바닥이다. 기업들은 정치권의 대선자금에 휘말려 투자심리마저 실종됐다. 그러나 기업들의 ‘온정의 손길’은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향한 기업들의 봉사공헌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은 임직원 절반이 자원봉사 경험이 있고, LG는 무려 5개의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세원텔레콤은 장애 아동을 위한 봉사공헌 프로그램으로 모니카재단을 운영한다.

 기업들의 봉사공헌 프로그램은 IT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등 IT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의 이면에는 소외 계층이 외롭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고객 신권리선언을 통해 발표한 ‘2백만명 PC교육 실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컴퓨터 교육장 43곳에서 컴퓨터 무료교육을 시작했다.

 교육내용은 컴퓨터 입문,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 초보자에서부터 응용과정까지 다양하다. 지난 해까지 총 231만여명이 컴퓨터 교육장을 통해 정보화 교육을 수료했다. 또 사이버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교육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까지 확대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97년부터 시각장애인의 컴퓨터 교육을 통한 직업 재활 및 사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기도 삼성맹인안내견학교내에 ‘시각장애인 컴퓨터교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맹인 독서용 소프트웨어 ‘사운드피아’를 내장한 PC 6대와 스캐너, 점자프린터 등을 갖추고 있는 컴퓨터교실은 안내견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과 컴퓨터교육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 수료생은 총 299명이다. 삼성의 시각장애인 컴퓨터교실 김병호 강사는 “오프라인에서만 운영하던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면서 수강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서울 등 대도시에서만 운영중인 장애인 컴퓨터 교실을 지방 소도시에도 설립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정보화 교육을 혜택을 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IT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봉사활동도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삼성전자 텔레커뮤니케이션 네크워크 총괄 임직원은 고액의 치료비가 없어 생명을 포기하는 소아암 어린이 수술비 지원을 위해 지난달 6일부터 1주일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에 ‘러브 클릭 페스티벌’을 펼쳐 따뜻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임직원이 모금에 참여하고 수혈을 위해 필요한 헌혈 캠페인 및 헌혈증 기증에 참여했으며,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물품을 기증받아 수원 월드컵 경기장 앞에서 ‘사랑 나눔 장터’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어린 생명 살리기에 동참했다.

 일주일간의 행사를 통해 사원 및 시민들이 모아준 사랑은 총 3200여만원과 헌혈증 400매로, 조혈모세포이식 수술을 앞둔 7세 여자 어린이에게 전달돼 소중하게 사용될 예정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 휴대폰업계의 봉사활동 화제

 팬택계열은 ‘존경받는 기업’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95년부터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팬택계열은 올해 호서 대학교 및 김포지역 장학생에게 9000만원의 장학금을 후원했으며, 김포 지역 결식 아동 30명, 소년소녀가장 37명, 장애인 단체 3곳, 문화 체육 및 유관 사업에 1억7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올해에만 총 3억 2000만원을 후원한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사회 공헌 활동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에서 나아가 정신 문화적 후원까지 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의 임원진은 지난 7월 난곡 지역 결식 아동 돕기 사업의 일환인 ‘난곡 사랑방’의 후원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난곡 사랑방은 2000년 4월에 시작돼 난곡지역 생활이 어려운 가정 및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들이 방과 후 머물면서 숙제, 공부, 컴퓨터 그리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된다.

 세원텔레콤은 지난 2000년 모니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섰다. “장애인들과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만들겠다”는 게 설립 취지다. 올해로 창립 3주년을 맞았다.

 모니카재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정서 장애 아동과 가족들에 치료와 복지 서비스를 병행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원텔레콤 관계자는 “모니카 재단은 공부방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세원텔레콤 창업주가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 위해 모니카 재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