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기업’들의 IT분야 진출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이같은 움직임은 IT분야 경기회복 신호와 함께 고수익 창출에 목말랐던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IT에서 새성장 모델을 찾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3일 본지가 지난 7월이후 사업목적 변경을 공시한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및 코스닥시장 등록기업 87개사를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제조기업의 IT분야 진출 사례가 15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내년도 신규사업 확정을 앞두고 추가 공시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서도 본지가 확인한 20여개사가 IT분야를 우선 진출 대상으로 꼽아 이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진출 선언 15개사의 경우 소프트웨어, 인터넷콘텐츠, 게임, 유무선 통신기기 개발 등 유망 분야에 사업계획이 집중돼 있으며 진출방식으로는 기존 사업부를 IT사업 전담팀으로 개편, 전문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선호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IT경기 회복이 임박했다는 인식속에 제조기업들의 관련분야 진출이 늘고 있다”며 “특히 M&A가 활성화되면서 관련 사업부문의 인수나 기업전체의 인수를 통한 신규사업 확장도 많다”고 분석했다.
여성의류 제조업체였던 라보라는 영화·음반 등의 제작과 유통, 인터넷·게임관련 사업 진출 계획을 구체화했다. 염색가공 전문이었던 중앙디지텍도 무선단말기 사업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나노 소재 개발 등을 신규 사업으로 채택했다. 손목시계 케이스 제조업체인 비티아이는 이동통신 응용시스템 제조와 유무선 통신통합장치 개발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선택한 경우다.
지난 10일 한메소프트 인수를 전격 발표한 PCB용 동판 제조업체 신성기업의 김재경이사는 “사업다각화를 검토한 끝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전자상거래 분야가 가장 유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기존 사업부문이 경기에 민감했다면 신규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엌가구 전문업체였던 인테크는 회사 분할후 사업 변경을 통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컴퓨터솔루션 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폐수처리전문 미르피아는 상호를 아이트리플로 바꾸고 보안시스템과 엔터테인먼트분야 진출을 밝혔다. 도금업체였던 이지클럽과 상품용역이 주 수익원이었던 젠네트웍스도 각각 인터넷 소프트웨어, 인터넷 콘텐츠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한국기술투자 M&A팀 최범진 이사는 “최근 IT부문에서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달라거나 사업체를 인수하겠다는 문의가 활발하다”며 “최근 몇년간 보수적 경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 가운데 본격적 IT경기 회복 이전에 회사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탑재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내년 신규사업 우선 진출대상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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