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전자정부 사업이 주요 과제별 세부 사업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전자정부 로드맵이 약속한 세부 계획 수립 시한은 지난달 말. 그럼에도 전문위는 지난 수개월간 갑론을박식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개최된 전자정부전문위원회에서도 전자정부 31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사업에 대한 장시간에 걸친 회의가 진행됐지만 전문위원들간의 이견이 팽팽히 맞서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행자부가 관리하는 정부고속망과 정통부 소관의 초고속국가망을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양 부처간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됐기 때문.
전자정부위원회에 참가하는 전문위원들도 “국익과 명분에 따라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으나 개별 부처들은 부처의 이익과 책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이견을 좁히기가 어렵다”며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해야 할 지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과제별 사업계획 수립과 부처간 의견 조율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 9월에 완료키로 했던 전자정부 핵심 과제에 대한 선행사업(BPR/ISP)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가안전관리 종합서비스 추진계획에 관한 토의도 잠정 연기됐다. 이달중 결론을 내기로 한 ‘정보화를 통한 행정프로세스 혁신방안’ 역시 일정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전자정부전문위의 논의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비상근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 조직의 근본적 한계 탓도 있지만 전문위원들과 현업 부처의 기본적인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정부전문위 사무국 관계자도 “전자정부 사업의 세부 추진계획이 일정 대로 도출될 수 있도록 전문위원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올 연말께나 최종안이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전자정부 사업이 워낙 중요도와 영향력이 큰 만큼 일정에 조금 차질이 생기더라도 무리없게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자정부 사업을 둘러싼 정부부처간의 이견은 기본적으로 부처 이기주의의 발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토론만 계속해서는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전자정부 사업에 대한 대규모 예산 삭감 움직임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최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자정부 31개 핵심 사업들 가운데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자정부교류센터 설립 등 7∼8개 사업 예산이 최고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정부전문위원회의 정책 수립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원회는 온라인 국민참여 확대, 정보화 인력 및 운영조직 강화, 외국인 종합지원서비스, 전자정부 해외진출 지원, 국가복지종합정보서비스 등 국민과 기업 등 수요자들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조차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참여정부라는 이름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전자정부전문위 한 관계자는 “교수나 정부산하기관 출신이 대부분인 전문위원들이 부처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설명하며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국가 정보화 추진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전문위 수개월간 갑론을박식 공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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