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가슴에 품고 몇날 며칠을 쭈그린 채 잠든 발명왕 에디슨의 호기심 어린 얼굴을 그려보고, 라이트형제가 수작업으로 비행체를 완성해 하늘을 날기까지 몇번이나 지상에 곤두박질치며 좌절했을까를 한번 상상해보자. 그들의 도전이 없었다면 지난 20세기 인류가 이룩한 놀라운 문명시대는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그런 작업을 이해하고 밀어준 사회적인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매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 파리 시내 개선문을 지나는 군사 퍼레이드에 정규사관생도가 아닌 기술대학학생들을 선두에 내세우는 전통을 고수한다. 나폴레옹황제 전성시대부터 지켜온 이공계 우대정신이 국가적 전통으로 계승되었기 때문이고 포병장교였던 나폴레옹이 기술계 장교를 중시한 것이 드골시대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양산된 엘리트 과학 기술인들이 핵관련 기술과 항공우주산업은 물론 엑조세 미사일과 라팔 전투기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방위산업, 영불 합작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와 초고속열차인 테제베(TGV) 등을 개발해냈다.
프랑스의 예를 보면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투자야말로 부국강병 정책의 핵심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더 노골적이다. 이공계 출신들이 가히 국가 자체를 경영하고 있다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로 권력구조가 이공계 주도로 짜여있다. 국가 주석 후진타오와 실세인 정치국 상무위원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중국의 핵과 미사일, 인공위성 개발에 기여했던 노 과학자 첸쉐선 박사의 생일에 장쩌민 주석이 친히 자택을 방문하여 경의를 표할 정도로 영웅대접을 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인 우대정책을 국가적 목표로 밀고나간 결실이 미·러에 이은 세계 3번째의 유인우주선 발사를 가능케 한 저력이 되었던 것이다. 미국이 오늘날처럼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세계경찰까지 자처하게 된 배경도 실은 IT산업과 우주항공 등 군산 복합산업에 지속적으로 천문학적인 재정투자를 해온 데 있다. 미국기업의 CEO중 70% 정도가 이공계 출신인 것도 이런 국가정책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선진국의 최소조건은 국가가 과학기술인을 정책적으로 우대하고,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으며, 엔지니어가 더 나은 수입을 보장받아 이공계가 긍지를 가질 수있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역사상 최단기간에 최고의 부자가 된 MS의 빌 게이츠와 세계 최고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거대 기업 GE의 잭 웰치, 이 세대 차이가 나는 두 거물 CEO도 ‘이공계’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중국 최고의 갑부로 발표된 32세의 딩레이도 과학기술대를 졸업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이공계출신 젊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공계에 관한 우대는 커녕 소외현상이 전 분야에 걸쳐 매우 심각하게 뿌리내려 있다. 현재 공무원중에 이공계 출신은 4분의 1에 불과하며 상위직으로 올라가면 비율은 더 줄어든다. 국회의원 273명중 이공계가 18명으로 7% 이하고, 직능대표 위주가 돼야 할 비례대표 46명중에서도 이공계는 5명뿐이다. 국회의원이 이정도 비율이라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이공계가 받는 설움은 더 할 나위없다. 이런 통계야말로 ‘국가 기술공황 예방을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당위성을 명백히 증명해주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비정상적인 교육풍조를 바로잡고 과학기술 영재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애국심과 사명감에 국가가 불을 지필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 지독하게도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서기까지 밤잠을 설치고, 심지어 공작기계에 손가락을 잘려가며 일했던 기능공들의 공적을 모르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한국이 추구하는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역시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이공계지만 내 자식은 절대로 이공계 안 보내겠다”는 어느 기술직 아버지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니 꼭 가슴 아프게 새겨들어야만 한다.
◆이상희 국회의원·한나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