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와의 전쟁` 승리가 보인다

미국 양자암호기 상용화로 기대 높아져

 “이제 컴퓨터 보안분야에서는 게임은 끝났다. 앞으로 해커란 단어마저 사전에서 사라질 것이다.”

 현존하는 어떤 기술로도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라 지난 수십년간 해커들과 전쟁을 치러온 IT보안업계가 최종적인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A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지난주 미국의 매지크 테크놀로지(Magiq Technokogy)사는 세계최초로 상업용 양자암호기(모델명 나바호)를 시중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바호’는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이름이자 2차대전 당시 인디언 암호병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윈드토커)의 제목이기도 하다. 당시 미군은 외부에 알려진 바 없는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를 군용암호로 채택해 일본·독일군의 암호해독체계를 무력화시킨 바 있다.

 이 회사의 양자암호기는 복제가 불가능한 낱개의 광자를 조합해 암호키로 만든 후 광케이블로 보내는 방식이다. 누군가 데이터 신호를 도청하려 들 경우 양자물리학의 원리에 따라 극히 예민한 광자로 구성된 암호조합은 반드시 깨지게 된다.

 따라서 해킹시도는 금방 탄로나고 해킹으로 수집한 암호코드도 쓸모가 없어진다.

 이 양자암호기는 나바호란 이름만큼이나 절대적인 보안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은 양자암호기가 향후 은행, 보험사, 정부기관 등 예민한 정보를 다루는 곳에서 엄청난 시장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통신업체들은 대당 5만∼10만달러에 판매되는 양자암호기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준비 중이다.

 벨연구소의 로브 그로버박사는 “양자암호체계는 실질적으로 해킹할 방법이 없다”며 “이제 통신 상에서 해킹이 불가능해진 이상 불법적인 정보수집은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0년대 처음으로 양자암호기술을 시험했던 IBM의 연구진들은 기존 컴퓨터 시스템에 양자암호기술을 접목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스위스의 퀀티크 SA사도 비슷한 양자암호기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매지크의 밥 겔폰드 사장은 “양자암호기술로 인해 보안업체들은 해커들의 공격시도에서 절대적 우위에 서게 됐다”면서 “머지않아 절대적 보안성능을 지닌 컴퓨터 시스템이 나올 것이며 해커들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정부는 매지큐사에 대해 국방상의 이유를 들어 양자암호기의 해외판매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