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베이의 옥션 주식 공개매수 진의 뭘까

 미국 e베이가 옥션 주식 전량을 공개 매수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 매수를 제안한 가격이 현재 옥션 상한가 이상이어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e베이는 전체 지분의 80% 이상을 확보하며 ‘지배 주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쇼핑몰 업계에서는 최대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e베이가 옥션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려는 배경, 지분 매수 이후 옥션의 사업 방향,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득실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배경=e베이가 밝힌 표면적인 주식 공개 매수 이유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다. e베이는 먼저 옥션을 둘러싼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환경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옥션의 사업이 경쟁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옥션의 위상에 심각한 도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온켓이나 다음 등이 경매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여기에 기존의 ‘고정 가격’ 기반의 온라인 소매 사업에 치중한다면 롯데닷컴·LG이숍·삼성몰 등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앞세운 순수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시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옥션과의 수직적 결합을 강화하면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결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e베이는 파악하고 있다.

 ◇경과=e베이는 오래 전부터 이번 결정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e베이는 모든 투자 회사의 100% 지분 인수가 기본 방침이다. e베이는 현재 26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의 옥션만 50.0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e베이는 오래전부터 옥션의 지분 100%를 확보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다. 지난 9월 미국 본사 멕 휘트먼 CEO가 내한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 같은 의사를 일정 정도 비춘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코스닥에서 빠질 경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내 증권거래법 등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점차 살아나는 국내 증권 시장의 분위기도 결정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전망=옥션의 공개 매수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상한가를 훨씬 웃도는 7만원의 매수 가격에 이미 코스닥 등록 포기를 선언한 상태에서 주식 보유자들이 더 이상 투자 가치를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지배 주주로 등극하는 e베이는 옥션을 e베이의 한국 지사로 수직 계열화하고 ‘e베이의 축소판’으로 사업과 경영 환경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e베이는 한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상당히 ‘터프’하게 보고 있어 현재의 고정 가격 기반의 옥션 모델과 마케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e베이는 설립 이후 소비자끼리의 경매 즉 완전한 ‘C2C 모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반면 옥션은 C2C와 B2C를 혼합한 모델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과연 e베이의 이번 전략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어느 나라보다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달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모델과 마케팅 기법이 어느 정도 통할지 업계에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