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관리(SCM)’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유통과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SCM 도입을 위한 전담팀이 잇따라 구성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에서도 기업 정보화를 위한 우선 과제의 하나로 이를 꼽아 SCM 열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SCM은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부품 조달에서 생산 계획·납품·재고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일련의 생산 프로세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생산자·도매업자·소매상인·소비자로 이동하는 모든 상품과 정보의 진행 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목적이다.
언뜻 SCM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면에서 다른 정보시스템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목적은 똑같지만 구축 방법에서 천지차이다.
SCM은 철저한 ‘협업’ 시스템이다. 여러 업체가 동시에 추진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제조와 협력업체, 제조와 유통업체, 혹은 유통과 도소매업체가 일관된 프로세스로 동시에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반면 자원관리(ERP)·지식경영(KM)·고객관리(CRM) 등 다른 정보시스템은 기업 내부 정보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 시스템은 개별 기업의 정보화 수준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지만 SCM은 산업계 전체의 정보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SCM이 완벽하게 구축되려면 기업내 정보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여기에 협업 솔루션이기 때문에 정보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SCM으로 연동되는 모든 기업은 상당한 수준의 내부 기업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한 마디로 SCM은 다른 정보 시스템과 달리 기업 경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내에서 SCM 논의가 활발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영 관점에서 접근하려면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정작 기업에서는 하나의 시스템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SCM을 통해 산업 전체의 정보화를 앞당기려면 경영자가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