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임주환 체제 ETRI는 정부의 신성장 동력추진 시스템에 맞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또 최근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연구원들의 사기와 노사간 갈등 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화합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점도 임 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따라 조직개편 과정에서 불거질 정통부와 ETRI간 마찰을 중간에서 얼마만큼 중심을 잡은 채 일 처리에 나설 것인지 연구원들의 눈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줄어들고 있는 ETRI의 예산 확보도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ETRI의 한 연구원은 “정통부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것이 국가의 비전을 만들고, 국민소득 2만 달러로 가는 첩경이 아니듯 그렇다고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의견을 모두 수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적절한 조화와 화합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또다른 연구원은 “ETRI는 현재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는 전환점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서로를 버리고 힘을 합쳐 나아간다면 분명 ‘제2의 CDMA’ 대박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TRI 노동조합측도 “신임원장이 ETRI가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신임원장이 인사개혁을 통해 과거 기관장 측근에서 그룹으로 줄서기를 하거나 개인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온 구태는 타파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신임원장에 대해 견제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ETRI 출신이라는 배경이 내부사정을 잘 안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인맥과 주위 측근에 둘러싸여 오히려 눈과 귀를 닫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 ETRI 신임 임주환 원장 인터뷰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임주환 신임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54)은 19일 “전 원장의 임기가 정상적으로 끝난 게 아닌 만큼 ETRI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 신임원장은 그러면서도 ETRI 출신이라 연구원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데다 특유의 친화력을 갖춰 ETRI 정상화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연구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직원들과 함께 뒹굴며 ETRI가 우리나라 IT의 기둥으로 바로 서도록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팀장들이 연구보다 예산따는 일에 주력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그런 일은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며 “ETRI가 신성장동력 사업에서도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원장은 향후 ETRI 운영방안에 대해 “ETRI는 박사 30%, 석사급 이상 학위자가 90%가 넘는 지식집단”이라며 지식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지적재산권(IPR) 등 내부 지식자산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면서 ‘ETRI’라는 브랜드 네임을 외부에 알리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강조하고 “지적재산권(IPR)을 확보해 이에 기여하는 연구원 등에 기술료 수입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고 복안을 내비쳤다.
표준기관인 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으로 일해온 그는 “IPR 확보는 국제표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이 두가지를 병행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성장동력 사업에서 ETRI 역할에 대해 “국제통상 문제나 기업체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어 상용기술쪽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원천기술, 핵심기술 확보를 목표로 ETRI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모델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