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축제 `SC 2003 전시회` 팡파르

슈퍼컴 신흥세력 등장

 전 세계 슈퍼컴퓨터 업계의 축제인 ‘SC2003 전시회’가 미국 애리조나주 세빅플라자에서 지난 17일 오후 7시(현지 시각)에 개막했다.

 풋볼 경기장 4개를 합친 규모의 컨벤션센터에서 45개국 128개 업체, 91개 연구기관 및 대학 등이 참여했으며 전 세계 8000여명의 슈퍼컴퓨터 관계자가 운집했다.

 전반적인 IT경기의 위축으로 예년보다 전시회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그동안 소규모의 부스로 참여했던 클러스터 전문업체들이 대형부스를 마련해 눈길을 모았다.

 이같은 변화는 행사 개막일 바로 전날인 지난 16일 발표된 top500.org의 슈퍼컴퓨터 랭킹에서 클러스터 진영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클러스터 기반의 신흥 세력들이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형 벤더를 위협하는 슈퍼컴 신흥세력=예년과 비교해 올해 전시장 분위기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클러스터 업체들과 초고속 네트워크진영의 부상이다. PC클러스터진영의 대표 기업격인 리눅스네트웍스가 크레이·NEC·SGI·HP·IBM 등과 맞먹을 만한 대규모 부스를 설치하며 세를 과시했다. 또한 앵스트롱·아티파·마이크로웨이·랙세이버·아프로인터내셔널 등 이 분야 전문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슈퍼컴 전시회에 처음 참석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인텔·AMD·델컴퓨터 등도 대형 부스를 설치해 클러스터 진영을 지원 사격했다. 올해 Top500에서 3위에 전격 랭킹된 버지니아대학의 클러스터 슈퍼컴퓨터(파워맥 PC 1100대)를 구축한 애플컴퓨터도 처음 참여해 참관객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클러스터와 함께 또 하나 주목받는 세력은 ‘인피니밴드’진영. 지난 SC2002에서 기가비트 이더넷의 전송속도보다 10배 빠른 네트워크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은 인피니밴드진영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존 4x제품보다 30배 빠른 12x(30기가비트)기술을 선보였다. 맬라녹스를 비롯한 볼테어·인피니콘·탑스핀 등 인피니밴드의 대표 주자들이 독립부스를 설치해 위력을 과시했다.

 ◇슈퍼컴 미래, 그리드로 향한다=분야별 최고성능을 자랑하는 대형 연구기관과 학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전 세계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그리드가 공통의 관심사로 더욱 부각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컨벤션센터와 일본을 10기가비트 이더넷으로 연동, 5개주 수 십여개 나라의 슈퍼컴퓨터를 그리드로 묶는 대형 ‘액세스 그리드’데모가 공개된다. 독일 HLRS 슈퍼컴퓨팅센터·KISTI 등 10여개 국가의 슈퍼컴퓨팅센터에서 그리드를 이용한 자원연동이 시도된다.

 특히 아태그리드응용연구협력체(파라그마)와 한국의 KISTI이 공동으로 HPC 챌린저 콘테스트에 참여해 전 세계 컴퓨팅 그리드 테스트 베드를 연동하는 모습을 시연할 예정이다.

 이 밖에 경북대(조기현 박사 고에너지물리연구소)와 미국 22개 사이트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그리드3’ 프로젝트도 시연된다.

 ◇슈퍼컴퓨터 강국 코리아=SC2003에는 국내 슈퍼컴퓨터 관계자들이 어느 해보다 대거 참여했다. 우선 슈퍼컴퓨터 분야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이 독립 부스를 마련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내 슈퍼컴퓨터 환경과 인프라, 활용수준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KISTI은 △BT분야의 M그리드(건국대·KISTI), CFD그리드(KISTI·서울대) △그리드 미들웨어 등 그동안 수행해온 연구결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협력을 모색한다.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3회 연속출전하고 있는 아프로인터내셔널(대표 김근범)은 자체부스를 마련해 자사제품을 선보여 참관객의 호응을 받았다. 또한 고객사 CSC(컴퓨터사이언스주식회사), 레이띠온(미국 방위산업 전문 SI), AMD 등에서도 아프로의 제품을 함께 전시해 전문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상청 슈퍼컴 2호기 도입 프로젝트를 놓고 현지에서 크레이·NEC·SGI·IBM·HP 등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낸 대형 외국계기업들은 18∼20일에 걸쳐 기상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는 별도 세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업체로 기상청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민 이파워게이트도 애플컴퓨터·아프로인터내셔널·맬라녹스·EMC 등 본사 파트너관계자들과 함께 전략을 발표한다.

 <피닉스(미국)=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