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소모품 가격·인쇄량 표시 의무화에 대책 부심

업체별 마케팅전략 일대 수정 불가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내년부터 프린터 포장재 또는 광고문구에 소모품 교체비용과 인쇄분량을 표시하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중요정보 고시’ 대상에 사무기기(프린터)를 추가키로 하고 고시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관련 업체가 참석하는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부터 이 개정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표시기준과 관련해 아직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업체들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본격 시행에 들어가기까지는 다소 논란이 예상된다.

 ◇대상 제품과 내용=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과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터와 잉크젯 복합기·레이저 프린터 등에 사용되는 잉크나 토너 등의 1회 교체비용과 1회 교체로 가능한 인쇄매수를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소모품 비용이나 인쇄분량 등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소비자가격 기준이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유지비용 산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 및 업계 반응=공정위의 이같은 방침은 프린터 제조업체들이 프린터를 싼 값에 판매한 뒤 소모품을 비싸게 판매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1회 교체비용은 표시할 수 있다 치더라도 1회 교체시 가능한 인쇄매수 표기와 관련해서는 업체간의 시비가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A4 용지 중 5%가 인쇄된 문서’를 기준으로 인쇄량을 표시하도록 추진하고 있으며, 의견을 수렴해 더 좋은 통일된 안이 마련되면 그것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이같은 정보 표시는 광고 및 표시, 즉 포장·전단지를 포함한 모든 것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린터 업계는 가격표시 및 인쇄량 표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프린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자의 프린팅 환경마다 문서 출력량이 달라질 수 있는데 기준을 갖고 알려주는 정보가 소비자에게 유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표시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현재 각사마다 인쇄량 측정하는 기준이 다른데 이럴 경우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인쇄량을 유리하게 표시할 수 있고, 그러면 결국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한다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수시로 변하는 소모품 가격변동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문제다.

 프린터 업계는 공정위의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기준이 업체마다 다 다를 수 있으므로 기술표준원 등을 통한 표준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케팅 변화 일어날 듯=프린터 광고에 소모품의 가격과 인쇄매수가 표시되면 소모품 업체들간의 가격비교가 가능해져 프린터 구매시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소모품 업체간 비교광고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모품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모품 비용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일단 프린터를 사고 보자는 식이었지만 앞으로 유지비용을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이것이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필잉크카트리지 전문 업체인 잉크테크는 이날 공정위의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정품과의 가격·용량 비교를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